수상자▲시 손유빈(P042/숭의여고) ▲수필 이수진(E036/부천 심원고) ▲콩트 김서연(C020/서문여고)▲시 김현서(P029/고양예고) ▲수필 이아영(E038/잠실여고) ▲콩트 노송희(C044/안양예고)▲시 구민지(P003/고양예고) ▲수필 김유진(E013/광휘고) ▲콩트 왕윤정(C070/목동고)▲시 곽소영(P002/서산여고) 김도영(P012/서산여고) 신하은(P046/고양예고) 정다정(P080/고양예고) 정유나(P084/고양예고)▲수필 김서영(E009/백현고) 문희윤(E023/서산여고) 박은
깃발우리 엄마는 '미세스 코리아'다. 엄마의 런웨이는 경복궁. 빳빳하게 풀 먹인 한복을 입고, 엄마는 날마다 궁 안을 누빈다. 두 손에는 태극기와 낯선 타국의 국기가 그려진 깃발이 나누어 들려있다. 엄마가 그 깃발을 높이 흔들때면 갈색눈과 파란눈을 가진 외국인들이 앞다투어 엄마를 찾아온다. 그들 앞에서 '트라디셔널 팔리스' 경복궁을 소개하는 엄마. 사람들은 그런 우리 엄마를 '미세스 코리아'라고 부른다.'한국을 대표할 자랑스러운 얼굴을 모집합니다' 처음에 엄마가 가이드 모집
거대한 틀아, 비눗방울처럼만 살고싶다. 길거리에서 팔던 이천원짜리 비눗방울을 후후 불며, 나는 지금껏 수십 번 반복했던 말을 또 한 번 중얼거렸다. 동그랗고 투명한 비눗방울들이 햇빛을 반짝반짝 반사시키며 두둥실 떠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비눗방울보다 고집이 센 것은 또 없다. 틀이 별 모양이든 어떻든 나오는 것은 죄다 동그란 방울들이기 때문이다. 남이사 뭐라고 하든 저 하고싶은 대로 순풍순풍 둥글게 태어나는 것들이 퍽 부럽기만 했다. 어린이 날을 맞아 작은 행사를 진행한다더니, 중앙공원은 이미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였다. 나
거대한 틀저는 보이지 않는 존재 입니다. 이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생글생글 방금 피어난 아네모네와 같이 웃고 있는 소녀 속에 있습니다. 이 곳은 무척이나 따스한 물로 채워져 있는 중력을 잊어버린 공간입니다. 배 언저리에는 나를 증명하는 붉은 끈이 달려 있답니다. 가끔씩 이 끝을 꼬여버릴 때가 있습니다.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 이건 어서 나오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거짓말이기를 바라는 엄마의 조그마한 주먹이 다녀가는 소리입니다. 그래도 두어 번치고 맙니다. 우리 엄마의 두 눈에서 이 곳의 것과 닮은 물이
나비나비야 넌 타인의 이름을 가졌니?마법가루처럼 별빛이 내려오는 뒷마당나비가 우리집 담벼락을 넘고 있어요뱃속에서 허기가 꿈틀거릴 때마다몸에 있는 줄무늬가 요동칩니다새벽녘에서 마음을 놓는고양이의 식사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나비가 생선 뼈다귀를 씹으면저 멀리 엄마의 목소리가 불어와요나비야, 기원 없는 이름을 부르며벽 뒤에서 나비를 지켜보는 엄마고요가 쏟아지는 밤이면매일 뒷마당에 먹이를 둡니다나비와 엄마가 서로를 눈에 담고 있습니다익숙한 것들은 위로를 불러오나요엄마, 할머니가 가졌던 이름을빌려입고 나비와 가까워지는구나바람의 냄새만을 가진
나비벽지 속의 꽃밭은 시들어가는데아무도 물을 주지 않았다그날도 엄마는 차가운 거실 방바닥에쪼그려 앉아 비닐을 뜯고 있었다종이상자에 가득 담긴 양말들누군가의 새 걸음을 포장할 때마다손가에서 비닐쪼가리가 날개처럼나풀거리며 떨어졌다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이사가자 말 하던 엄마비닐 쪼가리는 날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쌓여 갔다마치 병든 나비떼 같아 바라보던 나나는 번데기껍질 같은 이불 속에서 잠들었다우우거리며 창문 틈으로 들어오던 바람새벽, 여전히 손가에서 떨어지는 날갯짓소리커다란 나비알 같은 이 집언제쯤 훨훨 날아갈 수 있을까어둠에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