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섬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잔잔한 한강에 물결이 반짝인다. 빛나는 윤슬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돌리던 중 문득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 순간을 즐긴다면 그게 바로 여행 아닐까. 이런 여행의 기억이 살아갈 힘을,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을, 때론 영감을 준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봄을 느끼며 잠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이예원 아동복지 22
학교 언덕을 숨 가쁘게 오르다 마주한 교정이다. 어느새 학교는 단풍으로 물들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보였다. 그리 세지 않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숨 돌릴 틈 없이 전진하는 숙명인을 맞이하는 가을의 숨결이었다. 숨을 트여주는 공간은 안락한 모습으로 밤낮없이 우릴 기다린다. 그러니 앞으로 나아가다 숨이 찰 땐 잠시 멈춰 서서 숨을 쉬어라. 쉼 또한 도정의 한 조각이 되고, 앞으로 우리가 가는 길을 더 찬란하게 만들어줄 테니.김민영 교육 20
끝을 모르고 치솟은 삼나무 사이에 서서 사람이 모두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이내 주변이 잦아들고 공기는 습기를 가득 머금은 채 무겁게 가라앉는다. 곳곳에 쌓인 크고 작은 돌탑만이 오롯이, 비로소 초록의 성역(聖域)이다. 초록의 사려니다. 편백나무와 산수국, 고사리, 그리고 이름 모를 풀들이 지천이다. 녹음의 호위를 받으며 나는 다시 전진한다. 등줄기에 기분 좋은 땀이 흐른다.법 22 이채민
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어느 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야외에서 책을 읽고 싶었다. 학교를 돌아다니다 독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시원한 장소를 발견했다.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먹기에도 좋고 수업 전 잠시 숨을 돌리기에도 좋은 곳이다. 앞에선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뒤에선 학우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독서하기에도 딱 좋은 곳이란 걸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한다. 가을 끝자락을 마주하며 이곳에서 읽던 책도 끝을 보이기 시작한다.교육 22 신현정
학교 언덕을 오를 때마다 보이는 의자다. 의자가 자리한 곳의 어둠은 언뜻 보면 안락해 보인다. 주홍 의자도 매번 그와 같은 안락함을 선물했다. 이 자리를 빌려 앉은 추억이 모여 어느새 지금에 이르렀다. 과거 생각에 잠겨 카메라를 들자 쌉쌀한 가을바람에 밤이 밀려온다. 사진을 찍고 보니 너머의 빛이 선명하다. 어둠과 선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린 안락한 자리에서 일어나 너머의 버드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한국어문 19 성설지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옅은 흔적만을 남기고 겨울에게 자리를 양보한다. 가을 풍경을 놓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그렇게 발견한 갈대의 물결. 부드러운 끝이 하늘을 간질이는 듯, 하늘을 그리는 듯하다. 노을빛을 머금은 나뭇잎과 갈대는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 황혼의 계절을 그려낸다. 눈부시고 아름다운 시간은 왜 이렇게 짧을까. 한 해를 완주하기 위해 달려온 우리의 땀을 말리는 바람이 분다. 따스한 빛으로 우리를 감싸 위로하는 시간이 천천히 지나간다.미디어 20 서예은
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한 동해 묵호. 묵호 거리를 걷다 보니 얼굴이 그려진 돌멩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은 서울행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가던 중 만난 돌멩이다. 누가 그려 놓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이 돌멩이들은 각자 자리에 가만히 놓여 길을 오가는 사람에게 웃음을 준다. 아무 길에 뒹굴고 있었을 돌멩이다. 누군가의 손을 거쳐 얼굴이 만들어지고 옷이 입혀지며 각자의 자리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문헌정보 23 임은진
인간은 자연의 신비에 다가가기 위해 걸어 오르고, 배를 타고, 때론 건물을 세워 우러러 보기도 한다. 우러러보기는 종종 성공하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은 신비의 세포를 볼 수 없다. 신비의 중추도 볼 수 없다. 신비는 창조된다. 창조는 인간의 노력 밖이다. 신과 같은 고차원의 존재가 지닌 힘은 인간이 아무리 가지려고 노력해도 가질 수 없다. 인간은 그저 굴종하는 동물이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줄지어 선 노력들은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인간은 초월의 힘에 굴복해 그 존재를 인정하고 말 것이다.
공간에 대한 애정은 중요하다. 공간의 의미는 공간 자체의 의미와 공간에서의 경험이 결합돼 재탄생한다. 필자는 입학 후 낯선 학교생활을 견디며 꽤 지쳐있었다. 적응하기 위해 마음 둘 곳이 필요했고, 홀로 옥상정원에 올랐다. 학교 생활에 적응한 이후엔 친구들과 옥상정원에 올랐다. 옥상정원이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지친 상태라면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보자. 도저히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면 옥상정원에 올라서 보자.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테니까.수학 20 조승연
필자는 지난겨울 훌쩍 스위스로 떠났다. 당연하게도 그곳은 한국과 완전히 달랐다. 각각 다른 언어를 가진 주부터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체르마트까지. 그리고 그 모든 곳을 지나는 동안 드높이 솟은 설산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융프라우의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새하얀 눈이 산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고산 지대라 점점 숨이 막혔지만 아름다운 장면을 눈에 담고 싶어 계속 바라봤다. 여전히 내게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은 기억이다.김지현 법 20
필자가 친구들과 스웨덴에 다녀온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여름에 처음 만난 우린 오랜 준비 끝에 한겨울의 북유럽으로 떠났다. 직접 보고 들으며 차원이 다른 공부를 했다.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었다. 3개월이 지나 다시 보는 필름 카메라 속 이 풍경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우리 모두 이때의 기억을 오래오래 품어가길. 아름답게 물들인 시간을 추억하며 우리의 소중한 인연이 이어져가길 바란다.김효리 정치외교 18
언제부턴가 땅을 보며 걷는 게 습관이 됐다. 돌부리에 걸리지 않을까 더러운 것을 밟진 않을까 걱정하며 아주 좁은 발아래 땅만 주시했다. 그렇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면 필자를 기다려 왔던 것들이 한껏 반겨주는 걸 느낄 수 있다. 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빛, 부드러운 꽃들과 풍성한 초록을 경험하며 필자는 조금씩 숙명의 봄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됐다.한국어문 23 임유민
적막한 풍경은 되려 소리를 낸다. 오랜 고향의 정경도 그러하다. 그곳에선 해가 넘어가면 세상이 숨죽이는 소리가 금세 들려온다. 집집을 가르는 돌담 밑으로 풀벌레들이 작게 씨근거리고 그 위를 바람이 사붓이 돌아다닌다. 간간이 피어있는 가택의 불빛에선 희미한 인기척이 들썩거린다. 저물어 가는 풍경을 뒤로 한 채 수다스러운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렇게 영원히 즐겁고 평안하리라던 마을의 밤이 찾아온다.한국어문 21 김민주
마리오 폰테(Mario Ponte)의 ‘트웰브(Twelve)’ 전시회에 다녀왔다. 관객들은 12개 공간에서 자신의 느낌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사진 속 작품에 사용된 노란색은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다. 전시를 둘러보다 마주한 작품은 필자에게 색다른 느낌을 줬다. 노란 나비는 꿈과 자신감을 준다. 나비의 움직임처럼 필자의 꿈도 자유롭게 '비행'하길 바란다.무용 21 한채윤
좋아하는 것이 있단 사실만으로 필자는 어제를 살았고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의지를 얻는다.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별거 아닌 것들이다. 사진에 담긴 가을,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알록달록한 색깔, 이 사진을 찍을 때의 화창한 날씨와 적당한 바람을 회상한다. 필자는 오늘도 여전히 별것 아닌 것들로 나만의 별것을 만들어내는 중이다.문화관광 20 최유진
주말에 본교 제2창학캠퍼스 르네상스플라자에 방문한 적이 있다. 평일엔 밝은 조명과 학우들의 이야기 소리로 가득한 곳이다. 그러나 주말이라 모든 실내등이 꺼져있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필자뿐이었다. 벽인 줄 알았던 곳에 알록달록한 볕이 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대한 미술 작품이 놓인 전시장 같았다. 바닥에 비친 모습은 금방이라도 일렁일 것만 같은 잔잔한 호수 같기도 했다. 가던 길을 멈춰 서선 한 번도 유심히 본 적 없는 그 창을 찬찬히 둘러봤다.응용물리 20 안소연
이제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아 뒷걸음질 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누군가를 죄인처럼 쳐다볼 필요도 없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색하게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일도 없어진다. 대신 그 하얀색 네모가 만들어왔던 공백 사이 사이를 새롭게 채워나갈 웃음 자국을 상상해 본다. 할머니의 활짝 웃는 모습 하나, 잔뜩 몰입한 어린아이의 앙다문 입술 하나에 하루 동안 쌓인 긴장과 불안이 녹아내리길 바란다. 표정 하나하나를 보고 새어 나온 작은 실소가 더 큰 웃음 자국이 돼 공간을 가득 채워나갈 날
쉽지 않은 대학생활이었다. 뭐든 잘 해내고 싶었지만 벅찬 일 투성이었다. 학교 가는 전날 밤엔 걱정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러나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학교에서 보내는 모든 시간이 소중하고 아쉽다. 아쉬움을 달래려 학교 곳곳의 풍경을 담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학교를 다니며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본교 제1캠퍼스 명신관 강의실의 사진이다. 필자의 기쁨, 슬픔, 불안이 모두 묻어 있는 곳. 정말 그리울 것이다.사회심리 18 심주원
본교 제1캠퍼스 순헌관을 올려다보니 동상이 하늘에 별을 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별을 다는 동상의 모습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전진하는 숙명인과 같다. 우리들 또한 별을 단 숙명인의 발자취를 따라 높은 꿈을 갖게 된다. 이 사진은 별을 달아 준 자랑스러운 숙명인에 대한 존경이며 우리들의 꿈과 희망이다.일본 22 권예지
여름의 도래를 외치듯 새파란 하늘을 자랑하던 지난 6월 오전 6시 43분. 새소리에 메아리가 생길 정도로 고요했던 새벽이었다. 투박한 시골길의 꽃밭과 전선을 찍기 위해 잡은 카메라 구도 속으로 할머니 두 분이 들어오셨다. 그 모습이 예뻐 한참을 바라보다 간신히 셔터를 눌렀다. 새벽공기를 타고 들리던 말소리와 웃음의 흔적이 사진에 선연하다. 파란 하늘에 기대어 두 분의 찰나를 청춘이라 이름 붙여본다.미디어 21 송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