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제작자로서의 기자
[독자의 일침]
필자는 본지 기자로 활동했을 시절 신문이 발간되면 독자의 일침를 가장 먼저 읽었다. 기자는 기자인 동시에 콘텐츠 제작자다. 독자를 잊지 않고 제3자의 시선에서 기사를 바라봐야 한다.
이번 호를 읽으며 ‘제목’이 가장 아쉬웠다. 제목의 기능은 글을 읽지 않아도 핵심 내용을 알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기사 제목 대부분이 원론적 사실 전달에 그쳐 아쉬웠다. 2면 청소노동자 집단 교섭 기사는 제목만 읽고도 핵심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위가 진행된 원인이 물가 상승이라면 ‘“물가상승률 식대에 반영하라”...4년간 동결된 청소노동자 식비’와 같은 제목이 좋겠다.
둘째는 ‘리드’와 ‘중제목’의 활용이다.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따라서 리드와 중제목을 잘 활용해야 한다. 3면 ‘해외석학과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을 논하다’ 기사는 포럼에서의 강연 내용을 야마로 잡은 뒤, 내용을 발췌해 리드로 활용하면 좋았겠다. 예를 들어 “사회적 소외자가 세상 변화시킨다...젊은 페미니스트 역할 중요해”를 중제목으로 활용하고, 리드 문단을 활용해 포럼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요약했다면 좋았겠다.
창학 특집면에선 ‘송이의 가방 속으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기사로 오른쪽 하단면 배치가 적절했다. 다만 창학면 기사들 간 통일성이 아쉬웠다. 4면 톱기사는 ‘여성’을 키워드로 하는 반면, 5면 톱기사는 동문 인터뷰로 구성돼 있어 각각의 기사가 따로 논다는 인상을 받았다.
창학 특집은 말 그대로 특집호이기 때문에 기존 기사들과 달리 파격적인 구성을 시도해도 괜찮다. 학생기자라는 특권을 활용해 평소 해보기 어려운 인터뷰나 기획기사를 시도해 봐도 좋다. ‘송이의 가방 속으로’를 확장해 총장, 교수 등 본교 구성원들의 ‘왓츠인마이백(What’s in my bag)’을 취재해도 좋다. 마찬가지로 1면 화보도 평소 상상만 해봤던 각도나 컨셉의 사진을 파격적으로 도전해 봐도 좋았겠다.
8면 기사는 작사가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좋은 서술이었다. 다만 그가 작사한 노래 중 유명한 구절을 꼽아 제목이나 리드 문장으로 활용했다면 더 좋았겠다. 예를 들어, 그가 작사한 레드벨벳(Red Velvet) 4집 타이틀곡 ‘Rookie’ 속엔 대중에게 잘 알려진 가사가 있으므로 곡의 가사 일부를 따온 뒤 ‘레드벨벳 Rookie의 탄생 비화’와 같은 재밌는 중제목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겠다.
돌이켜보면 숙대신보 기자로 활동하는 2년은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다. 후배들이 학생기자로서의 특권을 최대한 활용했으면 한다. 마음껏 저질러도 좋고, 실수해도 좋다. 숙대신보가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도전의 장이 되길 바란다.
박재현 퇴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