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만 다시 읽으면

[독자의 일침]

2021-09-13     숙대신보

만드는 건 어렵고 비판은 쉽다. 나도 기사를 쓰는지라 누구보다 이를 잘 안다. 그래서 글을 쓰기 조심스럽다. 그러나 필요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기사가 가득 품은 선의를 봤기 때문이다. 그게 더 제대로 펼쳐지길 바라서 굳이 아쉬운 것만 집어 얘기하려 한다. 그게 이 신문에 대한 예의다.

기사의 최우선 기준은 독자다. 만드는 이라서 간과하기 쉽다. 학내보도면 ‘무정전 전원설비 이전으로 교내 IT 서비스 중단’ 기사는 기술적 부분보다 학우에게 무엇이 좋아지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게 없다. 단언컨대 무정전 전원공급장치 같은 이야긴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본교 화장실에 불법 카메라 자가탐지카드와 비명인식감지기 설치돼’ 기사는 불법 카메라 탐지 시 어떻게 보이는지, 어디를 탐지하면 좋은지 그래픽이 있어야 한다.

전체 지면과 기사에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 얘기다. 학우들은 ‘본교 전공 설명회 2021 숙명오픈캠퍼스 개최’ 기사의 내용을 굳이 알 필요가 없다. ‘본교 중앙도서관, 창작과 협업의 공간으로 거듭나다’ 기사는 정보를 줄지 소음 문제를 다룰지 선택해야 한다. 전자라면 완공 설계도를, 후자라면 학우 인터뷰를 더 해야 한다. ‘본교 체교과 부실 수업 논란에 학습권 침해 주장 제기됐다’ 기사도 진상 규명에서 갑자기 현재 수업 문제를 다룬다. 차라리 박스 기사로 나누면 어땠을까.

‘내용은 펄펄 끓어야 하고 퍼덕퍼덕 살아 뛰어야 한다’ 심층 기획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다. 문제의 핵심만 파악하고 날카롭게 칼을 갈아 정확히 짚을 줄 알아야 한다. 사회면 ‘새벽 배송 시장의 성장, 낙관할 수만 있나요?’ 기사는 환경까지 다룰 게 아니라 학우들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문제는 무엇인지를 살펴야 했다. 여성면 ‘성 산업 구조에 책임을 물어 탈성매매로 나아가다’ 기사도 현장 냄새가 나지 않는다.

반대로 키워야 할 것들도 보인다. 여론면 사설의 데이트 폭력 문제는 기획으로 풀 만하다. 가까이에서 학우들 이야기를 들어 필요한 얘길 쓸 수도 있다. 여론면 학생 칼럼의 재무 로드맵도 ‘선배가 들려주는 재테크 이야기’로 키워보면 좋겠다. “그때 이걸 알았으면 돈을 더 벌었을 텐데” 누가 봐도 궁금하지 않은가.

요약하면 다 쓴 뒤에 딱 세 번만 읽어보면 좋겠다. 그 순간에 난 기자가 아니라 독자여야 한다. 냉정하게 질문해보라. 이 기사를 읽고 싶은지, 도움이 되는지. 보태자면 이건 내게도 여전히 매일 던지는 질문이다.

독자위원 남형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