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주된 교통수단은 전철이다. 나 역시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정도 전철을 타고 온다. 언제부터인가 전철에서 매일같이 겪는 갈등이 생겼다. 바로 자리 양보다. 나뿐만 아니라 전철로 통학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법한 갈등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갈등을 경험했다. 노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어 잠을 자려고 하는 찰나, 할머니 한 분이 내 앞으로 오셨다. 할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그것은 내게 빨리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로 느껴졌다. 순간 내 속에서 갈등이 밀려왔다. ‘아 오늘 힐 신었는데…… 남영역까지 30분은 더 남았잖아. 운동화 신은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내 앞이야…….’ 이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비단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전철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눈을 감고 잠을 자는 척 하거나, 고개를 돌려 못 본체 하거나, 심지어 봐도 일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진정 ‘대한민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돼버린 것인가.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도리이고 의무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는 그 도리와 의무를 외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젊은이들 중 한 명이라는 것에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경노인친 인경아친 (我敬人親 人敬我親).’ 내가 다른 사람의 어버이를 공경하면 다른 사람이 내 어버이를 공경한다는 뜻이다. 오늘의 나를 비롯해 요즘 젊은이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억지로 하는 양보가 아니라, 손자 된 마음으로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돼야 할 것이다. 오늘 내 앞에 서계셨던 분이 내 친할머니였어도 내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을까? 오늘의 나를 반성한다.


박민지 (교육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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