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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에 쓰는 서글픈 기록
김예람 기자  |  smpkyr72@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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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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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하루에 두 번 피로하게 되느니라. 정오와 황혼에 각각 그러하니, 황혼의 피로는 밤의 휴식이 약속돼 있지만 정오의 피로는 그것조차 없어 다만 서글플 뿐이니라.”

이문열의 소설 『젊은날의 초상』중 한 구절이다. 만일 2000년대에 이 소설을 다시 쓴다면, 정오의 ‘피로’는 ‘과로’로 바뀌어야 한다. 인생을 하루에 비유하자면 이십대는 정오쯤이다. 작가는 이 시기를 일컬어 ‘끊임없이 정진하지만, 기약이 없기에 불안하며 피로하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비유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학생은 ‘피로’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과도한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는 듯하다.

요즘 캠퍼스에는 꽃피는 봄이 다가오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한민국 대학생들에게 지난 겨울방학은 실로 잔인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매 학기 5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마련해야하는 현실에 수많은 대학생들이 밥값을 아껴가며 아르바이트에 뛰어든다. 고된 일과로 부은 다리와 삐걱대는 허리를 두드리며 귀가한 그들에게 ‘학업’은 뒷전이 된다. 돈. 돈 때문에, 그들은 이미 대학에서 누려야 할 지성적 충만을 잊은 지 오래다. 얼마 전 숙명인 게시판에서 봤던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모은 돈을 몽땅 등록금으로 내러 가기 전 날 집에서 홀로 눈물만 흘렸다.’는 한 학우의 탄식이 떠올라 씁쓸하다.

매 년 이맘때는 전국의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상률에 분노하며 힘을 모은다. 때로는 거리로 나서 시위를 하고, 때로는 끊임없이 학교와의 협상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성과는 늘 미미했다. 지난 4일 총학생회가 주관한 학회장단 회의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대책마련 논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회의는 별다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종료됐다. 실로 아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올해 학교에서는 등록금을 예치금의 형태로 책정했다. 등록금이 확정되기까지는 변동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뜻을 하나로 모아 행동해도 성과를 바라기 힘든 시점에 목소리조차 모으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헛수고에 그칠 것이다. 아무리 강렬하다 해도, 행동이 뒤따르지 못하는 열망이란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진정으로 변화를 바란다면, 총학을 비롯한 학우들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력이 필요하다.

등록예치금. 천정부지 치솟는 등록금에 서글픔을 뒤로하고 ‘과로’하는 청춘들에게 괜한 희망이 아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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