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한 후 처음 경험해 본 것 중 하나는 바로 교수강의평가이다. 초ㆍ중ㆍ고등학교 때는 시간표와 선생님들이 주어졌었다. 따라서 늘상 교육의 수요자였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수강하는 과목과 교수님을 직접 선택하고 평가까지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고, 내 의견이 반영된다는 생각에 사뭇 진지하게 강의를 평가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동국대에서는 최근 교수강의평가를 넘어서 그 결과까지 공개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면에서는 학생들에게 교육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평가 공개를 환영하는 반면, 공개 이후의 부작용으로 교권운용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교수강의평가를 공개하는 것은 지금껏 교육의 수요자에 그쳤던 학생이 교권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는 곳인 만큼 학생들은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좋은 강의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학생들에게는 단순히 ‘성적을 쉽게 얻기 위해서’가 아닌 각자가 원하는 강의 내용과 스타일이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수강의평가 만으로는 실질적ㆍ직접적으로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서도 수강신청기간마다 저마다 수강하고 싶은 과목에 대해 게시판에 질문하고, 평가를 검색해 보는 것이 학생들 사이의 관행이 돼 버린 지 오래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얼마나 강의내용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더 좋은 수업을 원하는 지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교수강의평가 자료가 일부만의 열람 자료에 그치지 않고, 교수간의 경쟁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와 대학의 발전적 측면에서, 나아가 한국 대학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수강의평가 공개는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일방적인 교수강의평가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인기몰이식의 교수강의평가 자료가 아닌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문항과 방법이 객관적이며, 양자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실시돼야 모두가 납득할 만한 자료가 될 것이며 또한 양자에게 도움 되는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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