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회 전국 대학생 생물학 심포지엄

모든 생물체는 움직임을 갖는다. 그 ‘움직임’을 탐색해보고자 전국의 대학생들이 ‘움직’였다. 제46회 전국대학생생물학심포지엄이 지난 17일 서울대에서 서울대 생명과학부 학술동아리 ‘Bioneer’ 주최로 열렸다. 1958년 서울대 분자생물학과의 주최로 시작된 이 심포지엄은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스스로 대주제를 정하고, 소주제 스터디그룹을 형성해 발표하는 형식으로 치러진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전국 20개 대학의 113명의 학부생이 참여해 '움직임-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특성(Movement-The Characteristic of all Living Things)'이라는 주제로 행사를 준비했다. 총 18명이 발표한 DNAㆍ암ㆍ유전ㆍ뇌ㆍ동식물 등의 소주제 중 세포, 동물, 식물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끌리는 대로 따라가라 ‘세포분열’

체세포분열에 대해 배울 때, 염색체들이 어떻게 양극으로 나뉘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진효선(충남대 05) 씨가 발표했다.


세포주기는 크게 세포 소기관들이 복제되는 G1기, 유전자가 복제되는 S기, 분열을 준비하는 G2기, 그리고 세포가 분열하는 M기로 나뉜다. 분열을 위한 준비가 끝나면 유전자가 핵 밖으로 나오는 ‘핵막의 소실’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세포분열을 돕는 세포 소기관 ‘중심립’에서 형성된 *방추사는 핵막의 단백질(Dynein)을 한쪽으로 끌고 간다. (그림)


이에 따라 큰 힘을 받은 반대쪽은 터지고, 터진 핵막을 통해 염색체가 빠져나와 세포 중앙에 배열된다. 중심립 역시 세포 가장자리로 이동하는데 이동한 중심립이 염색체를 잡아당겨 분리시킨다. 한편, 이때 방추사의 양끝에서는 방추사를 이루는 미세소관의 합성과 분해가 일어나는데, 합성 및 분해 속도가 달라 방추사의 길이가 변해 방추사가 염색체를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중심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배웠지만, 중심립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방추사 합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심포지엄 지도를 맡은 서울대 이건수(세포동력학 전공) 교수는 발표를 지켜본 뒤 “짧은 시간이라 이론적인 내용만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의문점을 갖고 이론적인 내용을 스토리텔링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라 ‘기생충’

진 씨의 발표내용에서 살펴본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 내 소기관들도 움직인다. 이러한 세포들이 모인 개체는 어떤 움직임을 나타낼까? 어진(명지대 05) 씨는 숙주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기생충을 주제로 발표했다.


어 씨의 발표에 따르면 몇몇 기생충은 숙주를 조종하는 능력을 지닌다. 어 씨는 창형흡충(Lancet Fluke)이라는 기생충이 달팽이를 감염시키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동영상보기) 창형흡충은 달팽이의 촉수를 감염시켜 색깔을 띠게 하고, 달팽이의 행동을 조종해 빛이 드는 풀 위로 올라가게 한다. 이렇게 조종당한 달팽이는 결국 새의 먹이가 된다. 창형흡충이 이처럼 숙주인 달팽이를 조종하는 이유는 종족 번식을 위해서이다. 창형흡충은 달팽이의 몸속에 알을 낳고, 그 달팽이를 먹은 새는 흡충의 알을 그대로 배설하게 되는데, 이때 다른 달팽이가 그 배설물을 먹으면 흡충이 기생할 수 있는 숙주를 늘릴 수 있다. 어 씨는 “일반적인 창형흡충(lancet fluke)은 개미 등의 곤충의 뇌 속으로 들어가 풀 위로 올라가게 해 잘 잡아먹히게 하지만, 달팽이의 경우처럼 동물이 감염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숙주를 조종하는 기생체를 설명하기 위한 관점으로는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적 관점과 처음부터 프로그램 돼 있다고 보는 관점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아직 논의 중이다.

있는 힘껏 움직여라 ‘식물반응’

동물의 ‘움직임’은 눈에 보일 정도로 크고 빠르다. 그렇다면 보통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은 움직임이 전혀 없을까? 서울대 이일하(식물발달유전학 전공) 교수는 “식물은 세포벽이라는 조직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 대신 식물의 생장이 움직임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발표를 맡은 최성민(서울대 07) 씨는 식물이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움직이는 것에 대해 설명했다. 최 씨가 예로든 미모사는 진동과 촉감을 느끼면 반응하는 식물이다. 미모사를 움직이게 하는 전기신호인 식물의 AP(Action Potential)와 VP(Variation Potential)에 대해 살펴보자.


체관에서 일어나는 AP는 짧은 시간에 뚜렷한 파형을 나타낸다. 반면 물관에서 일어나는 VP는 파형이 불규칙하며, 반응속도가 느리고 지속시간이 길다. 미모사에서는 이 두 가지 반응이 모두 일어나는데, 이 반응은 지구 지진에 비유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큰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AP, 오랫동안 여진이 발생하는 것은 VP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에 조준혁(서울대 05) 씨는 “왜 식물이 동물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 씨는 “그 질문은 사람에게 왜 날개가 없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모든 생명체가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생명체 고유의 특성을 갖고 진화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예년보다 두 배 증가한 참여인원 덕에 통합 운영이 힘들었다는 심포지엄 준비위원장 이대한(서울대 06) 씨는 “큰 행사의 책임을 맡아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김석근(가톨릭대 05) 씨, 정희진(명지대 04) 씨 등 이날 심포지엄을 위해 함께 공부하고 발표한 많은 이들이 “전국 학생들이 모여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은 값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같은 분야를 연구할 사람들을 많이 알게 돼 인맥확장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반면 생물학 이외의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들도 심포지엄에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식품공학을 전공하는 조효민(동국대 04) 씨는 “전공이 달라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스터디기간이 방학이라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대의 청춘을 생물학에 바치며, 즐겁게 공부하고 있는 113명의 대학생들. 생물학의 미래가 기대되는 이유는 그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 방추사 : 세포분열시 형성되는 가는 실 모양의 단백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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