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1년 동안 휴학을 하고 이번 학기에 복학한지 2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나는 스페인, 포르투갈, 독일 등 혼자 약 10여개 국가를 여행했다. 15kg짜리 산짐을 메고, 찢어진 운동화를 셀로판 테이프로 감아가며 했던 힘들고 배고픈 여행이었지만 몸으로 부딪쳐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얻고 돌아왔다.


포르투갈에서 파티마 대성당의 ‘속죄의 길’이라 불리는 대리석 길을 2시간가량 무릎을 꿇고 기어갔던 생각이 난다. 그 추운 겨울날 딱딱하게 얼어버린 대리석 길을 무릎을 꿇고 기어간다는 것은 결코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는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얇은 청바지 하나에 무릎 보호대도 없이 그 딱딱한 대리석에 무릎 연골을 부딪치며, 만감이 교차했다. 무엇이든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욕심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에 찌들어 평소 편두통을 달고 살았던 내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또한 지금까지 내 주변 사람들과 쌓아온 신뢰가 얼마나 두터운지, 앞만 보고 최고만을 향해 달리면서 혹시 놓쳤던 것은 없는지, 앞으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수 십 가지 생각을 하며 고통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 마다 굳은 다짐도 했다.

대리석 길의 추억은 무릎에 미운 상처를 남겼지만 그 약발은 정말 강했다. 공부, 학점만 챙기다가 놓쳐버린 많은 것을 깨달았고 때문에 복학하자마자 신입생 때 잠시 활동했던 학교 그룹 활동에 다시 참여 하고 있다. 물론 현재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을 학번이 신입생과 섞여 다시 함께 활동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파티마에서 고통과 함께한 다짐은 그 때 그 대리석처럼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선ㆍ후배, 동기들과 차 한 잔 같이 하며 웃을 수 있고 짓궂은 말에 호탕하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복학을 해 보니 예전의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스트레스에 찌들어 있는 모습, 무언가를 놓치고 불안해하는 모습,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후회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모습들이 안타깝다. 그들에게 언젠가 꼭 한 번 파티마에 가서 무릎을 꿇고 대리석 길을 걸어보라고 권유해주고 싶다.


성재경(정치외교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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