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3위이다. 경제규모로만 따지면 선진국 축에 속하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 경제선진국의 위상과 책임에는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과 태도이다. 대선이 40여 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부분의 대선후보들은 환경에 대한 공약이나 정책을 내세우거나 강조하지 않는다. 환경 분야가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니 쟁점으로 떠오르지도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20일, 내년 초 창당을 목표로 환경과 생명을 강조하는 초록당(가칭)이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졌다. 초록당은 환경보호 메시지 전달을 위해 가짜 대선후보 ‘동물친구들’을 상징적으로 내세워 거리유세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초록당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환경의 기치를 내건 정당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분명 의의가 있다. 한편, 지난 5일에는 행정자치부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 종합대책안을 내놨다. 이 시책에 따라 자전거도시가 건설되면, 자전거 교통수송분담율 증가로 자동차가 내뿜는 각종 오염물질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막 걸음마를 뗀 녹색정당, 자전거도로, 자전거 대여 시스템 등은 이미 유럽의 선진국에서 몇십 년 전에 시작됐다. 또한 그나마 시작된 자전거 관련 정책 역시 환경보호 부분에서는 미비하다. 이번 대책안의 언론보도를 살펴보면, 시책 효과에 대기오염 감소보다는 고유가문제 해결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우리가 ‘자동차를 줄이고 자전거를 늘리자’는 친환경적인 정책조차 환경가치보다는 경제가치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의 가치는 우리가 평가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지난 학기 본지 사람면 인터뷰에서 현암사 대표이사 형난옥 동문은 “가장 힘든 시기에 산과 들을 밟으며, 자연이 주는 커다란 위로의 품을 발견했다.”는 말을 했다. 우리 역시 심신의 충전이 필요할 때, 자연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여행길에 만난 울창한 숲과 넓은 바다, 맑은 바람은 우리에게 형언할 수 없는 감동과 에너지를 주곤 한다. 이처럼 그 존재만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자연의 비사용 가치는 경제적으로 따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연의 가치를 아는 것만으로는 그 가치를 지킬 수 없다. 자연을 위해 직접 실천하고 행동하는 녹색시민의 의식과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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