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진

천 양 희

제 이름 부르며 스스로 울어봐야지
제 속의 비명을 꺼내 소리쳐봐야지
소나기처럼 땅에 패대기쳐봐야지
바람에 몸을 길들여봐야지
늪처럼 밤새도록 뒤척여봐야지
눈알 속에 박힌 모래처럼 서걱거려봐야지
사랑 때문에 허리가 남아돌아봐야지
어느날 문득 절필해봐야지
죽어라고 살기 위해 잡문을 써봐야지
사람 때문에 마음바닥이 쩍쩍 갈라져봐야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봐야지
마침내 갈 데가 없어봐야지
그때야 일어날 마음의 지진 

인도네시아에 잠시 방문했을 때 처음 지진을 경험했다. 7도의 강진이었기에 숙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 건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곤히 잠들었던 나는 아침에 일어나 간밤의 소동을 전해 듣고 웃을 수밖에 없다.  공포와 긴장감, 그리고 평온이 교차하는 밤이었다. 쓰라림을 쓰다듬는 시인의 목소리는 마음의 지진을 전해주는 힘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시 ‘마음의 지진’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거친 요동이 아닌 ‘고요함’이라 생각한다. 시인의 시선은 지진을 초월해 강한 위로를 전해준다.
김민지(인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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