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0월 9일 1146호 학술면 취재를 위해 인문주간 학회에 참석했다. 학술부 기자인 덕에 평소 다양한 학회에 참석할 기회가 많은데, 생각해 보면 최근에 참석했던 학회마다 ‘인문학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현재 물리학ㆍ지구과학ㆍ철학ㆍ사학 등의 기초학문은 ‘밥 굶기 딱 좋은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대입 수능을 눈앞에 둔 학생들 역시 현실적인 이유로 기초학문의 길을 포기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고3 후배로부터 수학을 전공하면 나중에 무엇을 하느냐는 푸념 섞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기자도 주변의 반대 때문에 공대계열의 학과에 진학해야만 했던 기억이 떠올라 더욱 안타까웠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돈 안 되는’ 기초학문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대안 중 하나는 ‘논술’이다. 논술은 인문학, 그중에서도 주로 철학ㆍ사학 등에서 다루는 논제를 던져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사고를 하게 한다. 그리고 이과생을 위한 ‘수리논술’은 수학ㆍ과학ㆍ논술을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돈으로 사들인 모범답안을 무작정 외우는 등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잘만 활용하면 학생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던 인문학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대학입학 후의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수강생 부족으로 폐지했던 기초학문과목을 필수교양과목으로 다시 개설하고, 다양한 기초학문을 기본적으로 고루 습득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재정비해야 한다. 또한, 학과의 학술행사는 전교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는 내용을 다루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 내에서 그러한 노력이 실천된다면 순수학문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콩나무는 주어지는 자연환경만으로도 싹은 틔울 수 있다. 하지만 뿌리에 서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없으면 온전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이처럼 사회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기초학문부터 튼튼히 다져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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