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올해로 100회를 맞은 노벨상의 각 부문 수상자들의 발표됐다.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이 노벨 문학상 부문에서 3년 연속으로 유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름에 따라 우리나라의 문화계도 수상자 발표에 귀을 귀울였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의 한림원은 영국의 여류 시인이자 소설가인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에게 ‘제100회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영광을 안겨줬다. 이번 레싱의 수상으로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돼왔던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은 또다시 한 번 고배를 마시게 됐다.

발표를 접한 후, 기자는 지난 2005년부터 최초의 ‘한국인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기다려 왔던 사람으로서 속상한 마음이 앞섰다. 올해에는 속상함에 한가지 덧붙여 기자는 고은 시인이 유력한 수상 후보로 주목받고도 수상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만큼이나 여전히 다른 노벨상 부문에서 한국인 후보가 떠오르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이 떠올랐다.

이제껏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을 수상했거나 수상 후보로 지명된 사람은 지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은 시인 뿐이다.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에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머리가 좋지 않아서’와 같은 핑계는 애초에 무색하다. 한국 국민의 평균 지능 지수가 높기로 치면 세계 3위 아니던가.

그 답은 아마 노벨상의 부문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노벨상은 평화ㆍ문학상 외에도 생리의학ㆍ화학ㆍ물리학ㆍ경제학 부문으로 구성돼있다. 평화상과 문학상을 제외하고는 학문적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에 있어 순수학문 연구 분야가 취약한 우리나라가 고전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닿아있다. 우선 우수한 이과 계열 학생에게 순수학문 연구 대신 소위 ‘안정된 삶’을 내세우며 의학대학 진학을 권하는 우리나라의 입시 분위기상 순수 학문을 연구하려는 인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한편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없는 한국의 연구 환경에도 문제가 있다. 한 대학 교수가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에 대해 “매년 입시에서 출제와 채점에 참여하고 수많은 위원회를 참석해야하는 분위기 상 연구에만 매진하기란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당장 올해에 상을 탈까, 안탈까’에만 주목해 오지는 않았나. 현재 수상 가능성을 보이는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일만큼 소외 분야의 저변 확대에 힘쓰는 일이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만이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탄생의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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