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화두로써 ‘위조와 검증’을 들 수 있다. 잊혀질까 싶으면 터지는 허위와 조작 사건의 연속에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는 듯하다. 자라나는 세대의 좌절감, 분노는 또 어떠할까.
 

 되돌아보면 1997년 발생한 IMF 경제위기는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허위와 부실 검증이 낳은 산물로 볼 수 있다. 기업경영 전반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에서의 경쟁 메커니즘과 검증 시스템을 활성화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검증 절차가 생겨났고, 대학 사회에서도 대학, 전공, 교수에 대한 평가 시스템이 도입됐다. 즉 시장을 통해 경쟁시스템을 작동시킴으로써 상품뿐만 아니라 개인, 조직의 능력과 우수성이 검증되는 사회로 발전해가자는 좋은 취지이다. 어떻게 보면 검증 시스템은 경제위기를 계기로 지난 10년간 매우 빠른 속도로 정비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부실 검증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검증의 원천인 시장 자체가 왜곡됐거나 이를 바로잡을 실행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효율적이고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규율과 질서가 바로서야 하고, 그것을 어겼을 경우 받게 되는 경제적 추가소득은 없거나 마이너스여야 한다. 만약 규율과 질서를 어겨도 경제적 추가소득이 플러스일 경우 무허가ㆍ부정ㆍ위조가 난무하는 ‘난장(亂場)’이 되는 것이다. 조선 후기 무허가 상인이 난립한 난전(亂廛), 대리시험 등 부정 사례가 빈번했던 과거시험장 등은 난장의 대표적 사례다. 난장판이 된 이유는 권력을 동원하여 과거에 합격하거나 뇌물을 주고라도 불법적인 상거래를 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명예나 경제적 실리가 너무나 눈에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간해서 눈 감기 어려운 무서운 유혹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율과 질서를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겼을 경우 페널티를 가하는 것도 시장을 바로 세우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일 것이다.
 

 어지러운 시장을 바로잡는 일은 규율과 질서를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것을 권력으로 알고 경제적 추가소득까지 무임승차해 한 몫 취하려는 사람들이 시장의 책임자로 군림하는 한, 시장에서의 검증은 사상누각이다. 시장을 난장으로 만들어놓고 공정한 게임의 룰을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규율과 질서, 실행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은 국민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우리 대학의 슬로건이기도 한 ‘대한민국 10% 리더’가 느껴야할 책임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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