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시작되고 보름이 흘렀다. 미얀마 수도, 양곤은 하나 둘 일상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미얀마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사태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얀마 민주화 세력이 88년에 이어 또 다시 민주화 탈환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얀마 정부가 밝힌 이번 사태의 사망자 수는 13명. 터무니없이 축소된 숫자를 믿을 사람은 없다. 인권유린의 현장이 폭로되는 것을 막고자 자국 인터넷 망까지 다운시킨 장본인들의 말이기 때문이다. 사태 발생 8일째인 지난 1일 IP통신은 “이번 사태로 최소 138명의 사망자와 6,000여명의 수감자가 생겼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군정에 대한 시민의 항거, 군정의 무력진압, 사건을 은폐ㆍ축소하는 정부, 외신의 보도로 알려진 사태의 참상……. 80년 5월, 광주의 봄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당시, 광주에 취재하러 온 외신기자들은 목숨을 걸고 사태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한, 사건을 접한 국제사회는 신군부의 무력진압을 성토하며 군부를 압박했다.


2007년 지금, 한반도에는 지난주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우리는 이 분위기에 도취돼 과거의 아픔을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거가 있기에 현재도 있다. 지금의 평화는 5.18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 위에, 외신과 국제사회의 도움 속에 생겨난 것이다. 광주의 아픔을 알고있는 우리가 미얀마 국민을 외면하고,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미얀마 국민은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할 생명과 인권을 위협받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9월 29일 UN으로부터 지원받은 식량을 국민에게 배급하지 않아, 50만 명의 국민을 죽음의 위기로 내몰기도 했다.


노르웨이 언론이 미얀마 사태를 취재한 화면을 본 적이 있다. 시퍼렇게 멍든 채 강을 떠다니는 승려의 시신이 참혹하고 처참했다. 이 화면이 한국 언론의 취재로 나온 것이라면 어땠을까. 우리 정부와 언론이 미얀마 국민의 민주화 탈환에 힘을 보태길 희망한다. 더불어 정부와 언론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과 여론도 필요할 것이다. 미얀마의 앞날을 인도적 관점에서 지켜보며, 미얀마 국민을 응원하자. 45년간 군사독재 하에 고통받아 온 미얀마 국민은 동변상련의 아픔을 겪은 우리 국민의 따뜻한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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