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상


생선가게 친구

배지수(예일여자고등학교)

좁은 시장 골목 한켠에
파리채들고
생선을 지키는 친구,
시커먼 인생이 낀 손 끝,
비늘에 생채기 난 그 손등을
난 소리없이 외면했었다.

까만 하늘이
먹물 토해내듯 울던 밤.
껌뻑거리는 백열전구처럼
희미한 지난날을
친구는 바라보았다.

막 잡아올린 싱싱한 꿈이
세상을 나아갈수록
설움에 절여지고
일렬종대로 축 늘어진 생선마냥
차갑게 갇혀있다고,

이제는 멍청한 동태눈깔마냥
흘릴 눈물도 없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친구의 눈 안에는 까만 하늘이
종일 넘쳐 흘렀다.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
친구의 비린 가난을 미워했던
부끄러운 지난 날들,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내 손에 삶은 계란을 쥐어주었다.

그날 밤
짠 눈물에 찍어먹은
노란 노른자는
아무래도 목구멍에서 넘어가질 않았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