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상생선가게 친구 배지수(예일여자고등학교) 좁은 시장 골목 한켠에 파리채들고 생선을 지키는 친구, 시커먼 인생이 낀 손 끝, 비늘에 생채기 난 그 손등을 난 소리없이 외면했었다. 까만 하늘이 먹물 토해내듯 울던 밤. 껌뻑거리는 백열전구처럼 희미한 지난날을 친구는 바라보았다. 막 잡아올린 싱싱한 꿈이 세상을 나아갈수록 설움에 절여지고 일렬종대로 축 늘어진 생선마냥 차갑게 갇혀있다고, 이제는 멍청한 동태눈깔마냥 흘릴 눈물도 없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친구의 눈 안에는 까만 하늘이 종일 넘쳐 흘렀다. 씻어도 씻어도 씻기지 않는 친구의 비린 가난을 미워했던 부끄러운 지난 날들,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는 내 손에 삶은 계란을 쥐어주었다. 그날 밤 짠 눈물에 찍어먹은 노란 노른자는 아무래도 목구멍에서 넘어가질 않았다.
숙대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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