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12일 1143호 학술면 취재를 위해 동북아역사재단이 주최한 국내학술회의에 참석했다. 회의에 늦게 도착한 터라 조심스레 문을 연 기자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회의장 모습에 고개를 조금 갸우뚱거렸다. 가득 찼을 것이라 생각했던 150석 규모의 회의장에 있는 사람은 30명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기자는 빈자리 가운데 앉으며 문득 수개월 전 종영된 MBC <느낌표>의 ‘위대한 유산 74434’라는 코너를 떠올렸다. 이 코너는 잃어버린 유산 찾기, 역사왜곡 바로잡기 등의 프로젝트 추진을 목적으로 한 방송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국민들은 열렬하게 반응했다. 인터넷에는 이 코너의 공식 까페가 생기는 등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자발적 결사체’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고, 정치인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합류했다. 이러한 전 국민의 지지 덕에 ‘조선왕조신록 오대산 사고본’과 ‘김시민 장군 공신교서’가 환수돼, 돌려받지 못한 유산 ‘74434’는 ‘74432’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회를 거듭할수록 이 코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줄어들었고 결국 코너는 폐지되고 말았다.


회의가 끝날 무렵이 되자,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마저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 둘 늘어나는 빈자리를 바라보며 기자는 무척이나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 이유는 프로젝트 이후 그렇게 서서히 식어간 국민적 관심을 확인하는 순간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날 회의에서 거론된 위안부, 동북공정 등의 역사적ㆍ외교적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위안부, 동북공정 등의 문제는 국가 내부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전 국민의 꾸준한 관심을 받지 않으면 해결되기 힘들다. 그 나라 국민들에게 외면 받는 나라의 역사는 결코 온전히 보호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한 유물들이 있어야 할 우리나라 박물관의 빈자리, 중국의 교과서에서 사라진 옛 고구려 지도의 빈자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속에도 역사의식에 대한 빈자리가 느껴진다. 이 식어버린 빈자리에 다시 한 번 앉아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