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고산(31세)씨가 선발됐다. 고 씨는 36,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과정을 통과해 현재는 우주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다. 최종후보자였던 예비우주인 이소연(29세)씨 또한 고 씨가 우주선에 탑승하기 직전까지 함께 훈련한다. 고 씨는 내년 4월, 러시아의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2명의 러시아 인과 함께 우주선에 탑승할 예정이다.


지구를 떠난 우주인들은 여러 가지 과학실험을 하고 지구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무리 간단한 실험이라도 구체적인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우주에서의 실험 결과가 지구로 도착해 큰 부가가치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폴로 달 착륙 프로젝트를 통해 3,000여건의 특허를 냈고, 이중 1,300여건을 실용화했다. 중국 역시 최근 개발한 1,000여개 신소재 중 80%가 우주 실험의 성과라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고 씨는 우주에서 어떤 실험을 하게 될까? 고 씨는 10일간의 우주생활에서 교육에 활용될 5가지 교육실험과 우주공학과 산업에 응용될 13가지 기초과학실험을 하게 된다. 교육실험은 ▲대류현상이 없는 무중력 환경에서 물이 어는 과정 관찰 ▲펜이 써지는 과정을 통한 중력의 영향 비교를 포함하며, 기초과학실험은 ▲미세 중력이 안구압에 미치는 영향 및 우주환경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 ▲초파리를 이용한 중력반응 및 노화유전자의 탐색 등으로 이뤄진다. 무중력 상태를 중심으로 한 이같은 실험은 전체 18개중 12개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이원춘(물리 전공) 교수는 “지상에서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 실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구 중력과 우주 무중력상태를 비교 하는 것에 중점으로 둔 것 같다”며 우리나라의 첫 우주 실험인 만큼, 고 씨가 어떤 결과를 갖고 귀환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 씨가 하게 될 18가지 실험 중 두 가지를 살펴보자. 먼저 고 씨는 펜으로 글씨를 써봄으로써 중력의 영향을 알아보게 된다. 누워서 글씨를 쓰면 제대로 써지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지구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펜의 잉크가 나와 글씨를 쓸 수 있다. 반면 우주에서는 중력이 없기 때문에 기름과 잉크가 섞인 특수 펜을 써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원대 김중복(물리교육) 교수팀이 학생의 아이디어로 새로운 우주볼펜을 만들었다. 이 우주볼펜은 일반 볼펜 뒤쪽에 풍선을 달아 풍선 속 공기가 중력 대신 잉크를 밀어주는 원리로 만든 것이다. 고 씨는 일반 볼펜과 김 교수팀의 우주 볼펜을 비교해보게 된다.


‘초파리의 중력반응 및 노화 유전자 탐색’실험도 흥미롭다. 이 실험을 응용하면 미래에 사람이 장기간 우주비행을 할 때 건강상의 위험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우주인들이 우주로 나간 초파리들의 수명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관찰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은 밝히지 못해 우리나라에서 그 원인을 밝힐 실험을 기획한 것이다. 이 실험은 초파리의 일주일이 사람의 20~30년에 해당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실행할 수 있다. 우주에서 임무를 마친 초파리들은 지구로 귀환하자마자 건국대 조경상(생명과학 전공) 교수에게 넘어가게 된다.


한편, 이번 우주인 프로젝트는 이공계기피현상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항공우주 연구원 우주인 사업단의 김영규 연구원은 “우주개발은 우주공학에만 한정돼 보일 수 있지만, 기계ㆍ전자ㆍ의학ㆍ생물ㆍ화학ㆍ물리 등의 분야가 총 망라 돼있다”며 “우주공학의 발전은 이 같은 분야들의 발전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이공계 기피현상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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