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의 학교를 서성이는 남자들이 있다. 우리 학교는 물론이고 학교 주변까지의 안전을 책임지는 27명의 보안요원들이다. 용산구 효창원길 52번지 숙명여대 안, 잠들지 않는 그들의 일상을 숙대신보 취재부 기자단이 함께해 봤다.

오후 9시
기자단이 보안요원의 ‘밤일’에 참여하기로 약속한 10일 밤 9시, 낮의 북적거림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학교에는 고요함만이 감돈다. 순헌관 앞 분수마저 휴식하는 이 시간에 보안요원들은 9시 순찰로 밤샘 작업을 시작한다. 순찰에 동행해야 하는 기자단이지만 순찰에 앞서 보안 초소의 시스템과 안전 시스템에 대한 박동국 보안팀장의 설명을 들었다.

“우리 학교에는 총 12개 보안초소가 있고 13명씩 두 조가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초소인 정문의 상황실을 제외하고 보통 한 개 초소에 1명의 보안요원이 근무하는 셈이다. 모든 초소를 총괄하는 상황실에는 우리 학교 내의 CCTV 화면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관재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상황실에서는 CCTV 화면 외에도 학교 안에 설치된 출입을 통제하는 780개의 세콤 기계의 상황을 모니터로 볼 수 있어 완벽한 출입자 관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학생회관과 명신관, 순헌관 여자화장실마다 설치된 비상벨은 누르면 보안초소 뿐 아니라 경찰에게도 신호가 가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한다.

11개 초소에서 요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박 팀장을 따라나섰다. 명신관에서 출발해 국제관을 거쳐 음악대학 건물에 있는 초소를 돌아봤다. 다리가 불편함에도 자진해서 골목을 청소한다는 요원, “학생들이 손녀 같아 힘든 줄도 모르겠다.”는 요원 등 13명의 요원이 각 초소에서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12개 초소만 돌아봤을 뿐인데 상황실로 돌아온 시간은 10시 25분.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죠?” 그새 지친 기자들에게 박 팀장이 오렌지주스를 건넸다.

오후 10시 30분
순찰과 순찰 사이, 상황실에 앉아 보안요원들의 얘기를 들었다. 보안요원의 임무는 우리 학교와 학우들을 지키는 일이지만 보안이 임무의 전부는 아니다. 일년의 반을 꼬박 학교에서 학우들과 보내다보니 보람찬 일도, 속상한 일도 학우들과 관련된 일이라고 했다. “보안요원 분들 중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연세를 가진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더 딸 같이 느껴지는 학생들이지만 그만큼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보안요원들이 학우들에게 높임말을 쓰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마음이 불편할 때는 학교 안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할 때예요. 도난 사고의 경우 내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95%에 가깝거든요. 차라리 범인이 외부인이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잡고 보면 우리 학교 학생이니까 참 속상하죠.” 범인을 잡아도 학교에 보고하기 힘든 이유 역시 ‘우리 학생’이 남 같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근무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때를 묻자, 박 팀장은 지난 해 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열렸던 엠넷 콘서트를 떠올렸다. “학생부터 주민까지 사람들이 많이 몰려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콘서트 내내 마음 졸였습니다. 무사히 콘서트가 끝나고 학생들의 귀가를 돕는 보안요원들에게 건넨 ‘감사하다’ ‘수고하셨다’는 인사에 정말 뿌듯했죠.”

잠시 쉬는 동안에도 보안 요원들의 무전기는 끊임없이 울렸다.

 


오후 11시
금세 11시 순찰 시간이 됐다. 11시 순찰에서는 전 건물의 소등과 문단속을 해야 한다. 기자단은 명신관과 명신신관을 순찰하는 조병래 보안요원을 따라나섰다. 우선 명신신관으로 들어가 모든 출입문을 닫고 와이어를 이용해 이중으로 잠근다. 6층으로 올라와 강의실 하나하나마다 남아있는 학생이 있는지 확인하고 불을 끈다. 수업이 끝난지가 한참이지만 강의실 대부분이 환하다. "수업이 끝나고 맨 뒤에 나오는 학생이 불만 꺼주면 참 좋은데……. (전기가) 아깝잖아요."

실습실에 남아 밤샘 작업 중인 학우들에게는 안전 차원에서 문을 일일이 두드려 확인하고 주의 사항을 알려준다. “안전 수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할 때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주는 학생들은 참 고맙죠. 가끔 ‘누구신데 그러시냐’며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학생들을 만날 땐 좀 섭섭한 게 사실이예요.”

명신관과 명신신관을 오가며 소등하고 건물 문을 잠그는데 걸린 시간은 50분 남짓. 강의실이 많은 순헌관의 경우 소등과 문단속에만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다시 상황실로 돌아오니 11시 50분, 다리를 주무르는 기자단에게 보안 요원들은 “이제 시작이라”며 웃는다.

오후 12시
자정. 초소로 돌아온 지 10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또 순찰이다. 자정 순찰 때에는 건물 출입문이나 벽에 붙은 순찰택(tag)을 찾아 칩이 내장된 보안요원의 개인 카드를 댄다. ‘순찰했음’을 기계에 기록하는 과정으로 일종의 전자출결인 셈이다. 순찰택은 출입문 뿐 아니라 건물 뒤편 외벽에 있어 가로등 없는 건물 뒤편의 길과 대강당 건물 뒤편을 걸어야 했다. 12시의 순찰 때는 창문이 열린 곳은 없나, 11시에 와이어로 잠근 건물이 잘 잠겨있나 점검한다.

의자 두 개를 이어 붙여 잠시 다리를 누이는 것이 긴 밤 내내 그들이 취할 수 있는 휴식의 전부다.

오전 1시~4시
오전 1시 30분에 다시 한 번 전체 순찰을 돈다. 오전 4시에는 전날 밤에 잠궜던 건물의 문을 모두 연다. 새벽에 출근하는 위생원의 위생 작업을 위해서다. 또 학교 안에 배달되는 모든 신문을 보안 초소에서 받아 보안 요원이 건물 별로 전달한다. 신문 배달하는 외부인을 학교 안으로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오전 6시 30분.
다른 조와 근무를 교대할 시간이다. 아침 조회를 통해 전날 일어났던 일이나 근무 시 주의사항 등을 전달받은 후에야 비로소 24시간 동안의 모든 근무가 끝난다.

짧은 근무를 마치고 초소를 떠나며 장세철 주임에게 학우들에게 혹시나 섭섭한 점은 없냐는 질문을 던졌다. 손사레를 치며 장 주임의 대답이 보안요원 모두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다.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우리를 믿고 공부만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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