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날씬한 몸매의 소유자인 눈송이는 친구들에게 다이어트를 할 것이라 선포했다. 의아해하는 친구들에게 그녀가 말을 이었다. “건강해지려고!”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은 눈송이는 ‘고지혈증’ 판정을 받고 놀랐단다. 그래서 그녀가 택한 것은 트랜스지방 줄이기. 평소 패스트푸드점을 즐겨 가고 도넛과 과자를 달고 사는 눈송이였지만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한 후 마음먹었다고 했다. 대체 트랜스지방이 무엇이 길래 그녀가 돌아설 수 있었을까?

지방은 우리 몸에서 9.45kcal/g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주요 물질이지만 살의 근본 원인이 돼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의 적(敵)으로 꼽힌다. 섭취 시 분자로 분해 돼 흡수ㆍ축적이 잘 되는데다가 한 번 저장되면 연소시키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지방은 동물성지방인 포화지방과 식물성지방인 불포화지방으로 나뉜다. 포화지방은 고기, 닭고기 껍질, 치즈, 새우, 굴 등에 많이 들어있으며 과잉섭취 시 혈관을 좁아지게 하는 LDL*의 수치를 높인다. 반면 불포화지방은 참기름, 올리브유, 콩기름 등에 주로 포함돼 있으며 혈관을 청소하는 HDL*의 수치를 높인다. 이들은 쉽게 고체와 액체로 구분할 수 있는데 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인 불포화지방을 상하지 않고 오래 보관하기 위해 고체 상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온 제3의 지방이다.


트랜스지방은 마가린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869년 나폴레옹 3세가 전쟁에 필요한 버터의 대용품을 찾던 것이 계기였다. 버터는 공기와 오래 접촉하면 산성으로 변하며 냄새와 맛이 나빠지는 산패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과학자들에게 변질되지 않는 버터를 만들도록 명령했고 1873년, 화학자 H.메주무리에가 액체유지를 고체로 만드는 수소첨가법을 고안해내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겨났고 20C 중반 마가린과 쇼트닝의 대량 생산으로 사용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고소한 맛과 바삭함의 비결은 트랜스지방
트랜스지방을 사용하는 대표적 이유는 상온에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여러 번 다시 써도 산패되는 속도가 더디다는 분자구조의 안정성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이 고소한 맛과 특유의 향미, 바삭바삭한 질감, 유통기간 연장, 기름의 오랜 사용을 가능하게 해 특히 빵이나 팝콘, 과자에 많이 쓰인다. 튀김도 트랜스지방이 포함된 기름을 사용할 경우, 다른 식물성 기름으로 만들었을 때에 비해 고소한 맛이 강하고 공기 중의 수분을 차단해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다. 스펀지 같이 부드러운 케이크의 느낌과 손으로 잡아도 부스러지지 않는 도넛의 모양이 가능한 것도 트랜스지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성질과 포화지방의 해악 때문에 트랜스지방의 소비는 나날이 높아져갔다. 예부터 포화지방은 콜레스테롤을 높여 심장병이나 비만 등의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1987년 Elaine Blume가 마가린에 함유된 트랜스지방이 포화지방보다 더 나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5년 뒤 트랜스지방의 악영향이 밝혀졌다. 트랜스지방의 섭취가 늘수록 심혈관계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후 하버드의대는 콜레스테롤과 관련된 트랜스지방의 악영향이 포화지방의 두 배를 넘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과다섭취시 심혈관계질환의 발병률 높아져
트랜스지방이 우리 몸에 위험한 이유는 불포화지방의 생김새를 한 채 생체 내에서 포화지방과 유사한 생리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며 문제를 일으킨다. 포화지방과 같이 나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좋은 콜레스테롤마저 낮춰버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불포화지방에서 만들어야할 중요한 물질의 합성이 방해를 받는지, 세포막의 물질이동이 막히는지, 지방의 함량이 특히 많은 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 등이 의심되고 있다. 면역 저하, 당뇨병, 알레르기와 같은 질병도 그 관련성에 대해 실험이 계속 진행 중이다.

 

건강을 향한 세계의 노트랜스 움직임
트랜스지방의 해로움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자 세계는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트랜스지방을 하루 2g 이하만 섭취할 것을 권했고 작년 1월부터는 모든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표기할 것을 의무화했다. 게다가 뉴욕시는 오는 7월까지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모든 음식점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트랜스지방이 없다는 뜻으로 ‘Free’라는 문구가 적힌 녹색 간판을 가게에 붙이기도 한다.


▲ 식약청은 작년 12월 식품표시기준을 개정해 빵이나 과자, 면류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트랜스지방 대응 방안에 불이 붙었다. 식약청은 작년 12월부터 빵이나 과자, 면류에 트랜스지방 함량을 표시하도록 식품표시기준을 개정했다. 이에 제과업체는 제품출시 시 공인분석시험기관에 의뢰해 영양 성분을 조사받아야 한다. 이미 일부 업체는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식약청 영양평가팀 김지영 전문연구원은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가 아직은 한정된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점차 확대될 것이다.”라며 소비자의 알권리를 위해 시행해 나가고 있음을 전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지난 1월 ‘노트랜스 운동’에 동참할 것이라 밝혔다. 이의 일환으로 우선 강남구를 ‘노트랜스 특구’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노트랜스클럽 황주성 대표도 단순한 트랜스지방 함유량 공개를 넘어 아예 사용을 금지하는 ‘트랜스지방’과의 전쟁을 벌여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TO)가 제시한 트랜스지방의 하루 섭취량은 총 섭취열량의 1%이다. 평균적으로 계산했을 때 2.2g의 수치를 말한다. 그러나 되도록 적게 섭취하는 것이 제일이며 한식 위주의 식단이 좋다. 또한 되도록 마가린의 사용을 자제하고, 음식을 튀길 때면 쇼트닝보다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우리 학교 학생식당 함은정 영양사는 “업체의 시스템 상 논란이 되는 제품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있다.”며 쇼트닝은 애초에 사용하지 않아 왔었고 이제 마가린 구매도 금지됐다고 알렸다. 트랜스지방은 높은 온도에서 특히 더 잘 발생한다. 이에 대해 함 영양사는 “한 번 사용된 튀김기름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볶을 때는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1.5~2회 정도 사용되기도 한다.”며 학교에서의 트랜스지방 노출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지방은 거의 모든 식품에 포함돼 있어 자신도 모르는 새에 과잉 섭취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입 안에서 맴도는 맛 때문에 중독성도 강하다. 그러나 5대 영양소에 속하는 만큼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건강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가능하면 트랜스지방보다는 불포화지방의 섭취를 늘리도록 해 각종 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자. 아직 젊은 우리에게 눈송이가 받은 ‘고지혈증’ 판결은 너무 가혹하니까!


*LDL(Low Density Lipoprotein)은 저밀도 지방 단백질로서, 간 따위에서 합성된 콜레스테롤을 체조직에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린다.
*HDL(High Density Lipoprotein)은 고밀도 리포 단백질로서, 말초 체조직의 콜레스테롤을 간에 전송하는 작용을 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도 한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