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MBC TV ‘PD수첩’이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생의 일부가 현지 숙소에 있는 퇴폐업소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것이다. PD수첩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퇴폐업소에 들어가는 고등학생, 해당 고등학교 학생의 인터뷰, 숙소를 비운 채 쇼핑을 하는 교사, 퇴폐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인, 수학여행의 일정과 숙소를 담당한 여행사 등의 모습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아 보여줬다.


방송이 나간 후 네티즌들은 인터넷 게시판과 관련 인터넷 기사의 댓글을 통해 충격을 토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나쁜 짓 인줄 알면서도 스스로 퇴폐업소를 찾은 학생부터 학생들을 제대로 인솔하지 않은 교사, 이익내기에 급급해 숙소의 주변 환경에 대해 신경 쓰지 않은 여행사 측까지 하나하나 근거를 제시하며 누가 더 잘못했는지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절대 믿을 수 없다’며 PD수첩의 보도 내용을 비난,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우연히 PD수첩의 방송을 직접 본 필자도 여느 네티즌들과 마찬가지로 믿기지 않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보도 내용을 선뜻 믿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누구의 잘못인지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했었다. 그러나 곧 그것은 부질없는 짓임을 깨달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건의 사실 여부, 잘못의 책임 여부가 아니라 ‘자리’가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행동이 사라진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학생은 학생이라는 자리가, 교사는 교사라는 자리가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행동만 했더라면 애당초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학교 측과 여행사 측도 기본이 없었기는 매한가지다.


이번 사건을 떠나 우리 사회를 조금만 둘러보면 기본이 없는 자리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변양균 전 청와대 실장, 학력을 위조한 교수와 연예인들, 남편을 장애인으로 만들어달라고 청부한 아내 등 언론매체를 가득 채우는 소식들은 모두 기본이 없는 자리가 만든 혼란이 아닌가.


사람들에게 흔히 쉽게 생각되고, 무시되고, 잊혀지는 ‘기본’. 그 기본만 있으면 덜 혼란스러운 사회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잊고 사는 것 같다. 이제는 잊지 말자. 자신의 자리에서 기본만 하면 사회는 바르게 유지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생각하자. 지금 자기 자신의 자리에서 어떤 기본을 해야 할지 말이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