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가 오면

이성복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살 속으로 물이 들어가 몸이 불어나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빗물이 눈 속 깊은 곳을 적시고
귓속으로 들어가 무수한 물방울을 만들어도
사랑하는 어머니 미동도 않으신다
발 밑 잡초가 키를 덮고 아카시아 뿌리가
입 속에 뻗어도 어머니, 뜨거운
어머니 입김 내게로 불어온다

창을 닫고 귀를 막아도 들리는 빗소리,
사랑하는 어머니 비에 젖으신다
사랑하는 어머니 물에 잠기신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 한 구석을 참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 시에서도 어머니는 비에 젖고 물에 잠겨도 미동도 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나’에게 뜨거운 입김을 불어줍니다. 이처럼 어머니의 사랑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험한 세상에서도 ‘나’를 꿋꿋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입니다. 하지만 가족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존재인지라 가끔씩은 그들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듯합니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께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윤경(인문 05)


※ 시 낭송은 도서관 홈페이지(http://lib.sookmyung.ac.kr) '한국시와 감성리더'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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