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수강신청 기간마다 상반되는 두 모습이 있다. 하나는 경영학부를 포함해 실용학문을 다루는 전공강의는 탈락자가 넘쳐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순수학문을 다루는 강의에는 학생이 없어서 폐강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대학생들의 ‘인문학 기피현상’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빈사 상태에 빠진 인문학이 회생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 보이는 가운데, 인문학과 문화컨텐츠의 만남이 이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역사분야에서의 시도는 눈에 띄게 활발하다. 2005년 개봉한 <왕의남자>를 필두로 한 영화계에서의 사극의 성공은 작년에 이어 올해로 계속되고 있다. 또한 이 열기는 고스란히 텔레비전 브라운관으로 옮겨졌다.


현재 방영중인 조선시대 환관의 이야기를 다룬 ‘왕과나’를 비롯, 곧 등장할 ‘사극드라마’의 기세는 거의 브라운관을 점령할 듯하다. 정조대왕과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다룬 ‘이산’과 ‘태왕사신기’ 그리고 ‘대왕세종’, ‘단군’, ‘홍길동’ 등 2007년 하반기에 방영을 준비하는 사극만 10여 개에 이른다. 단순히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던진 ‘퓨전 스타일의 독특한 사극’들이 준비됐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의 사극열풍은 더욱 의미 깊다.


크게 봤을 때 역사학과 사극은 생산적인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학자가 사료에 대한 지식을 영화ㆍ드라마와 같은 문화컨텐츠에 제공하고 컨텐츠의 소비자가 결국 학문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학문 연구를 촉진시키는데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드라마 <허준>이 인기리에 방영된 이후 한의학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또한 <대장금>이후로 조선시대 여성상과 전통음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다.

 
올 가을 방영 예정인 <단군>은 신화가 아닌 역사적 관점의 단군을 다룬다고 한다. 이는 동북공정과 역사왜곡교과서로 훼손된 우리의 상고사를 되돌아 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된다. 인문학계가 또 한번의 ‘사극열풍’을 맞아 어떠한 학술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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