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가을바람이 차갑게만 느껴지는 9월, 프랑스에서 날아온 여류화가의 「고국초대전」이 한국 미술계를 뜨겁게 달궜다. 그 여류화가는 16년 만에 귀국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회을 연 우리 학교 한미키(본명 한미경. 생활미술 71졸) 동문이다. 그는 지난 2006년, 프랑스 예술가 협회 주최의 ‘그랑팔레 르 살롱전(Grand Palais Le Salon 展)’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예술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인정받기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한국이 그리웠죠.”


만3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한 동문은 수학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 의대 진학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미술의 꿈을 접을 수 없었기에 의대를 포기하고 미술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할 줄 아는 건 미술 밖에 없을 정도로 미술에 푹 빠져있었죠” 이처럼 미술을 좋아했던 한 동문은 프랑스 유학을 꿈꿨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돈을 모았고, 20년만에 결국 프랑스로 떠날 수 있었다. 늦은 유학이었지만 그의 열정은 누구 못지않게 뜨거웠다.


한 동문의 진가는 한 미술 전시회에서 발휘됐다. 프랑스에서는 실력 있는 화가를 발굴하고자 전시회에 온 젊은 화가에게 모델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 때 그가 즉석에서 그린 데생이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미술계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날 이후 16년이 지났고, 이제 프랑스에서도 권위적이고 엄격해 소수의 예술가에게만 허락되는  파리의 살롱 드 오톰(Salon d'automne)에서 전시를 하게 됐다. 더 나아가 그는 살롱 드 오톰의 임원으로 활동하며, 국제적 신입체파 화가로 인정받고 있다.


예술가는 과학과 철학, 종교와 진리를 작품 안에 녹여낸다. 그러나 한 동문은 스스로를 ‘예술가 아닌 과학자’라고 말한다. “저는 더 좋은 작품, 더 심오한 작품을 위해 과학자처럼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예술가보다 과학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한 동문에게 요즘 새로운 연구과제가 생겼다. 세계 최고의 미술학교를 짓고 싶은 꿈 때문이다. 한 동은 그의 이름으로 양성한 제자들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것을 꼭 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꿈이 이뤄져 제2, 제3의 한미키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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