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식 감독의 <그해여름>은 세균과 만정의 사랑처럼 안타까운 사랑을 담았다. 1969년 여름, 대학생 석영(이병헌)은 아버지의 등쌀에 마지못해 농촌봉사활동을 하게 되고 그 도중에 우연히 정인(수애)을 만난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마을사람들에게 공산주의자 취급을 받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정인에게 석영은 점점 끌리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1960, 70년대 군부독재시대는 그들의 사랑을 예기치 못한 이별로 이끌었다.
<반생연>과 <그해여름>은 남녀의 사랑이야기 속에 각각의 시대, 가족의 모습을 담았다. <반생연>에는 정치적ㆍ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던 상해와 음모로 가득 찬 가족의 모습이, <그해여름>에는 민주화 투쟁으로 억압받은 사회의 모습과 남과 북으로 갈라진 가족의 모습이 담겨있다. 두 작품은 모두 우리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사랑’과 ‘가족’ 그리고 ‘시대’가 긴밀하게 연결돼있다. 피할 수도 그렇다고 바꿀 수도 없는 작품 속 ‘사랑’ ‘가족’ ‘시대’를 통해 우리의 ‘사랑’ ‘가족’ ‘시대’는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혼란 속 애절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 두 작품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반생연>의 세균과 만정은 당시 시대와 상황이 빚어낸 서로의 오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는 반면, <그해여름>의 정인은 뛰어넘을 수 없는 시대의 벽 앞에서 그 스스로 연인의 손을 놓으며 석영과 이별을 하게 된다.
자유롭지 못했던 사회는 사랑의 결실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균과 만정이 14년의 그리움 끝에 다시 만나는 것처럼, 석영이 백발노인이 된 후에도 정인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그들의 변함없는 사랑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시대와 가족이 주는 시련이 주인공들의 사랑을 방해한다 할지라도 변치 않는 그들의 사랑에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 도움 주신 분: 우리 학교 황영미(의사소통개발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