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비야, 알렉산드라를 꿈꾸며

 
개강을 앞두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풀어야 할 회포가 많다. 그중에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하고 싶고, 듣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여행. 해남 땅 끝 마을, 대관령 고산지, 제주도 등 국내는 물론이고 바다 건너의 낯선 대륙까지 여행한 장소도, 다녀온 목적도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국내외 여행이 다양화ㆍ일반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 여행객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 여행사 ‘모두투어’의 홍보마케팅 담당자 손효원씨는 “여행객의 절대적인 수로만 따져봤을 때 남성 고객과 여성 고객의 비율이 5.5 : 4.5이지만, 증가수치를 놓고 보면, 2006년 1월 기준으로 여성이 14.5%, 남성이 7.4%로, 여성이 약 두 배 가량 높다. 그룹여행의 경우 여행객 대부분이 2~30대 여성”이라고 말했다.


함께 해요 ‘여성주의 여행’
여성 여행객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면서 새로운 여행 경향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성들에 의해 꾸려지고, 여성들이 선택하고 발굴한 여행지로 떠나는 여행, 이른바 ‘여성주의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주의 여행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은 2~3년 전. 물론 과거에도 여러 형태의 여성 여행이 존재했었지만, 지금처럼 하나의 뚜렷한 경향으로 볼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점차 많은 여성 단체에서 여성의 여행에 각별한 의미를 두기 시작했고,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서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여행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젠더 관점을 갖춘 ‘여성주의 여행’의 개념이 탄생한 것이다.


여성주의 여행이 나오게 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문화를 체험하려는 욕구는 충족하기 위한 행위이지만, 여행을 통해 추구하는 욕구의 내용이 여성과 남성은 다를 수 있다. 우리학교 김맹선(문화관광학 전공) 교수는 “남성은 활동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여행을 하고, 여성은 그보다는 자아실현을 위한 정적인 여행을 즐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여성주의 여행은 여성의 여가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많은 단체에서 해마다 여성주의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여성 단체 ‘또 하나의 문화’에서는 매년 6월에 추진하는 시인 고정희 추모 기행을 열고 있다. 올해로 16회 째를 맞은 이 답사 기행은 국내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였던 고 시인의 고향 해남 땅에서 펼쳐지고 있다. 여성공익재단 ‘한국여성재단’에서는 여성공익활동가에게 연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여행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주의 문화웹진 언니네의 여성여행커뮤니티 ‘시스투어(sistour)’는 매년 해외 테마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 여성평화여행을 기획해 다녀왔고, 올해 7월에는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다.


이처럼 여성주의 여행이 일반 여행과 다른 점은 구성원의 성별만이 아니다. 의미 있는 여류문인의 족적을 쫓는다거나, ‘여성과 전쟁’ ‘여성과 나이’처럼 여행 테마를 여성주의적인 내용으로 삼는다. 또한 여행의 기획 단계, 현지 여행 과정에서도 평등한 역할이 분배되고, 여성으로서의 일상 체험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시스투어 운영자 ID 이다 씨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난 기행단원들은 여행 중에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 교감하는 가운데 서로가 갖고 있는 아픔을 치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낯선 곳이라면 홀로라도 좋아라
여성 연대를 통한 여행 못지않게 혼자 길을 떠나는 ‘여성 솔로여행객’도 많다. 대학교 3학년 구희정씨는 이번 여름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보름 간 홀로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기 힘들었다는 그는 이번 여행을 통해 자아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낯선 곳, 낯선 상황에서의 나의 모습이 궁금했다. 일상에서의 나의 모습과는 다른 또 다른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솔로여행은 자아성찰의 계기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독립심을 키워주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혼자 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해외는 처음이라 조금 무서웠다. 그렇지만 다녀와 보니 모든 일에 더욱 자신감이 붙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성은 해외에서 혼자 여행하기에는 핸디캡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특히 동양여성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고충도 함께 털어놨다.


이에 대해 시스투어 이다씨는 “아직 우리나라 여성에게 여행의 자유는 온전하지 않다.”며 “그럴수록 여성들끼리 여행의 지혜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길 떠나는 데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줄 것이 아니라 앞선 여성 여행자들이 여행 노하우를 전수해줘 여성들이 더욱 넓은 세계를 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여행 노하우(시스투어에서 발췌)

여성 HOTLINE의 활용
세계 여행가이드북(lonelyplanet)에 보면 여성여행자를 위한 정보 편에 그 나라 여성의 전화 번호와 홈페이지 주소가 잘 정리 돼있다. 가이드북 없이 여행 다닌 나라에서도 만일을 위해서, 다른 여행자들에게 론리플레닛을 빌려서 그곳에 나와 있는 번호와 홈페이지 주소들을 메모해서 다니면 유용하다.

'결혼반지‘ 착용
기혼여성이든 미혼여성이든 약지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면 기독교문화에서는 원치 않는 남자들의 관심 일부를 피할 수 있다.

호신용품 소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호신용품을 갖고 다닌다. 립스틱 모양의 최루탄 분사기가 유용하다.

흰색, 원색 옷 자제
생태주의자들에 의하면 흰색, 원색 옷은 자연이 피로감을 느끼는 색이라고 한다.

저작권자 © 숙대신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