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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이, 새로운 성교육을 선도하다
김보은 기자  |  smpkbe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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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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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올바른 옷차림은 치마’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여성은 외모를 가꿔야 하고, 남성은 경제력을 길러야 한다’
‘성폭력 방지를 위해 부모님이 안 계실 때 이성친구를 초대하지 않는다’
이는 500여 년 전 조선시대의 성교육처럼 보이지만,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4년간 사용되고 있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의 내용이다. 시대착오적 교육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는 지난해 성교육 표준안 개편을 약속했지만,1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정안의 구체적인 토대도 마련하지 않았다.
차별 없는 성교육 지침서도 마련되지 않은 현실에서 올바른 성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강사가 있다. 18년 동안 학생, 부모, 교사, 직장인 등 30만 명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해온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의 손경이 대표다. 손 대표가 생각하는 올바른 성교육은 무엇일까?


‘엄마 손경이’ 강단에 서다
‘손경이 관계교육연구소’의 손경이 대표는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성교육 전문가가 됐다. 손 대표는 결혼 후 그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를 전담하게 된 손 대표는 아들에게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하고자 구청에서 자녀교육 강의를 수강했다. 그는 “가부장적인 아버지, 남편과는 다르게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대화법과 성교육 강의법을 자세히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두 분야에 큰 흥미를 느낀 손 대표는 대화법과 성교육을 전문가 과정까지 수료한 후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손 대표는 강의와 상담을 병행하며 청소년에게 다가갔다. 성교육 수강생이 대부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는 단어 사용이나 표현 범위에 관한 고민이 많았다. 손 대표는 “중학교 상담 교사로 활동하며 어려움을 극복했어요”라며 “상담을 진행한 학생들 덕분에 아이들의 이해 정도와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풍부한 상담 경험과 강의 경력을 바탕으로 작가로도 활동하고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손 대표는 책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하는 방법」을 출간했다. 손 대표는 “아들과 제가 성에 대해 대화하는 영상이 화제가 돼 ‘아들 성교육 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라며 “책이 인기를 끌자 딸을 가진 부모들이 딸을 위한 성교육 책도 써 달라고 요청했죠"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요청으로 손 대표는 6개월 후「움츠러들지 않고 용기 있게 딸 성교육하는 법」을 펴냈다. 손 대표는 두 책의 발간 시기도, 강조하는 부분도 다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사회가 여성과 남성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강조하는 부분이 조금 달라요”라면서도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적 자기 결정권 존중이라는 기본 원칙은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는 “여성에겐 주체성을, 남성에겐 존중하는 태도를 강조해요”라며 “‘좋은 여성’ ‘좋은 남성’이 아닌 ‘좋은 사람’을 만들기 위해 교육하죠”라고 설명했다.


성교육의 지평을 넓히다
손 대표는 성교육을 젠더(Gender)교육으로 확장했다. 성은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성으로 나뉜다. 생물학적 성은 신체구조, 특히 성기의 생김새에 따른 남녀간의 성정체감을, 사회적 성은 사회 문화적으로 여성과 남성에게 부과된 성 역할과 행동유형을 의미한다. 기존의 성교육이 단순히 생식기에 관한 지식이나 기능에 초점을 맞춰 가르쳤다면, 손 대표는 사회적 성에 더욱 비중을 둔 젠더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손 대표는 올바른 사회적 성 학습을 위해선 성 차별적인 용어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폐경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죠”라며 “더 이상 임신할 수 없다는 의미 자체가 포궁을 아이를 낳는 수단으로만 본다는 현실을 드러내죠”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폐경을 여성의 생리가 끝났다는 뜻의 ‘완경’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손 대표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단어 선택에서부터 문제의식을 느끼게 하고 이를 고쳐 나가도록 지도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들도 교육이나 미디어를 통해 그 단어가 익숙해지면 스스로를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되요”라고 지적했다.
손 대표는 여성의 생식기 구조에 관한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남성의 생식기인 ‘음경’에 비해 여성의 생식기인 ‘음순’은 다소 어색하고 생소하게 여긴다. 손 대표는 성교육을 통해 신체의 일부인 생식기에 관해 올바르게 교육하고 그것에 익숙하게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신체구조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기존의 가부장적인 구조를 부수는 데 기여한다. 손 대표가 강의하며 여자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왜 나는 고추가 없어요?’였다. 그런 질문에 보통의 어른들은 ‘원래 남자는 있고 여자는 없다’라고 설명해왔지만, 손 대표는 다르게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성은 있는데 여성은 없다’라는 표현은 좋지않아요”라며 “남성에겐 ‘음경’이, 여성에겐 ‘음순’이 있다고 가르쳐야 하죠”라고 말했다.


성범죄 교육의 관점을 바꾸다
손 대표는 성범죄 교육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꾸고자 노력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인식 변화도 손 대표의 변화를 촉구했다. 지난 2008년 벌어진 일명 ‘조두순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은 가해자의 이름으로 사건을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만 사건 당시만 하더라도 피해자의 가명을 딴 ‘○○이 사건’으로 불렸다. 이후 이같은 명칭이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자 사건명이 바뀌었다. 손 대표는 “이는 우리나라에서 성범죄 교육에 대한 시각이 바뀌는 큰 계기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강의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의 순수한 대답은 손 대표가 강의법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손 대표가 초등학생에게 누군가 나를 만지려고 하면 ‘안 돼요!’라고 소리쳐야 한다고 설명하자 아이들은 ‘소리 질렀다가 죽으면 어떡해요?’라고 물었다. 그 순간 손 대표는 자신의 강의 내용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피해자 예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어요”라며 “상황과 상대에 따라 소리를 질렀다간 피해자가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알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후 손 대표는 피해자 예방법이 아닌 ‘가해자 예방법’으로 강의 방향을 수정했다. 그는 “피해자 예방법은 성범죄가 피해자 때문에 발생했다는 관점이에요”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예방법의 대표적인 사례는 여성에게 성범죄를 피하기 위해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교육하거나, ‘짧은 옷을 입고 다니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손 대표는 “으슥한 장소를 피한다고 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성폭력 발생을 막을 순 없어요”라며 “피해자 예방에 치중한 성교육은 ‘그러게 왜 그렇게 행동했냐’며 피해자에게 활을 겨누기 때문에 문제가 되죠”라고 말했다.
반면 가해자 예방법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다. 손 대표는 범죄 발생을 막기 위해선 모든 사람에게 성범죄를 절대로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손 대표는 “가해자 예방법은 일종의 법률 공부이자 의식운동이죠”라며 “도덕적인 잣대뿐만 아니라 그렇게 행동해선 법적으로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수 있다고 교육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여성혐오가 만연하고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평균연령의 하향이 지속되면서 ‘올바른 성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손 대표는 “‘미투(#MeToo) 운동’이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어요”라며 “누군가의 용기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교육과 성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했는지 비로소 직시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라며 “교육부뿐 아니라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문제예요”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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