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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복'을 벗고 '옷'을 입다
김지선·임세은 기자  |  smpkjs97@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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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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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 ‘여성복’을 검색하면 100만 개가 넘는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게시물 속 여성들은 신체의 굴곡을 부각하는 얇은 소재의 옷을 입고 있다. 일부 여성들이 편안한 옷을 찾아 남성복과 여남공용 옷을 찾아 입는 지금, ‘여성복’은 옷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본지에선 10일(화)부터 19일(목)까지 숙명인 5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신뢰도 95%, 오차범위 ±4%p)

옷장에 걸린 여성
옷의 기능 중 하나는 신체를 보호하고 신체활동의 능률을 제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옷의 활동성이 확보돼야 한다. ‘최근 1년 사이에 여성복을 구매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우 중 60.6%(94명)는 여성복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여성복의 활동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여성복의 치수가 작고 주머니가 없거나 얕으며, 마감 처리 방식, 원단 등에서 남성복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72.9%(422명)의 학우는 여성복과 남성복의 주된 차이로 ‘치수’를 꼽았다. 이시진(중어중문 17) 학우는 “여성복을 입다 보면 생각보다 길이가 짧아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동생인 심혜섭사장과 여남공용 옷가게 ‘자매옷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남성복 제조 업체의 상품을 판매하는 심은섭 사장은 “여성복은 주로 마른 사람을 기준으로 치수를 정하기 때문에 크기가 작게 나오는 편이다”고 설명했다.
의복의 주머니는 간편하게 소지품을 수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실용성이 높지만, 대다수의 여성복에는 충분한 크기와 개수의 주머니가 없다. 심은섭 사장은 “여성복과 남성복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주머니의 유무 및 개수 차이다”고 말했다. 이어 심은섭 사장은 “판매할 옷을 선정할 때 주머니의 개수나 유무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면서도 “대부분의 남성복은 주머니가 깊어 활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오버로크로 옷을 마감하는 여성복과 달리 남성복은 가름솔이나 쌈솔 방식으로 옷을 마감한다. 오버로크는 옷감의 앞뒤를 하나 이상의 실로 막는 바느질 방식이다. 가름솔 방식은 시접을 갈라 양쪽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며, 쌈솔 방식은 시접을 한쪽으로 고정하는 방식이다. 오버로크는 옷감의 올이 풀리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그치지만, 가름솔과 쌈솔 방식은 두 원단의 이음매를 강화해준다. 김수정 여남공용 쇼핑몰 ‘퓨즈서울’ 대표는 “가름솔이나 쌈솔 방식은 오버로크보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옷의 내구성이 높다”고 말했다.
마감 방식 차이는 여성복과 남성복 간 신상품이 출시되는 주기 차이와 관련이 있다. 남성복보다 신상품이 자주 나오는 여성복엔 공정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성복은 비교적 간단한 오버로크 방식으로 마감된다. 김 대표는 “매일 신상품이 나오는 여성복과 달리 남성복은 신상품 주기가 일주일 이상으로 비교적 길다”며 “여성복은 상품 출시 주기가 짧기 때문에 옷의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여성복을 만드는 원단을 선택하는 데에도 남성보다 여성의 신체 활동이 적다고 여기는 성 고정관념이 반영된다. 김 대표는 “업계엔 암묵적으로 여성복과 남성복에 사용되는 원단이 구분돼 있다”며 “남성복 원단이 튼튼한 이유를 묻자 ‘남자들이 활동성이 많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은 원단을 남성복에 사용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여성복과 남성복의 원단 차이에 대해 “여성복 원단은 대부분 얇은 재질이라 착용하고 일상생활이 어렵지만 남성복 원단은 얇더라도 밀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여성복 광고, 여성을 비추는 왜곡된 거울
여성에 대한 성 고정관념은 여성복 광고에서도 나타난다. 여성복 광고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 정의한 ‘여성성’을 강조한다. 여성복 광고에서 ‘여성성’은 여성의 연약한 태도나 신체를 부각하는 방식으로 묘사된다. 최근 한 달 내 여성복 광고를 본 학우 중 ‘여리여리하거나 청순한 여성의 모습을 강조하는 광고를 봤다’고 응답한 학우의 비율은 63.3%(233명)로 가장 높았다. ‘여성의 신체에 초점을 둔 광고를 봤다’는 학우는 54.4%(144명)로 두 번째로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중복응답 허용).
옷의 기능성보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광고는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하고 자기 대상화를 유도한다. 성적 대상화가 야기하는 자기 대상화는 개인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친다. 여성의 몸매를 강조하는 광고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하는데, 이러한 광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들은 여성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시각에 익숙해진다. 성적 대상화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는 여성이 성적 매력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게 만드는 ‘*자기 대상화’를 유도한다. 이예림(식품영양 17) 학우는 “마르고 체격이 작은 모델의 여성복 광고를 보며 ‘살을 빼고 예뻐져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여성복 광고에선 여성의 주체성 조명과 성적 대상화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한다. 신체 노출과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연관 짓는 이러한 광고는 펨버타이징(Fembertizing)의 한 종류다. 펨버타이징은 페미니즘과 광고를 합성한 용어로, 여성의 긍정적인 모습을 부각해 여성 소비자의 상품 구매를 유도한다. 이시진 학우는 “여성의 당당함을 표현하기 위해 신체 노출을 이용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여성 스스로가 존재 자체만으로 당당하다면 몸을 드러내는 식으로 당당하다는 것을 굳이 드러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을 대상화하는 유형의 광고는 오히려 여성 억압을 심화한다. 페미니스트 문화비평가 앤디 자이슬러는 저서 「페미니즘을 팝니다」에서 ‘젊은 여성 대상으로 몸에 달라붙는 형태의 티셔츠를 홍보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추방하길 원하는 미의 기준에 굴복하는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SNS에 ‘페미 굿즈’를 검색하면 페미니즘 문구가 적힌 크롭티(Cropped T)를 종종 볼 수 있다. 신체의 굴곡을 부각하는 여성복과 페미니즘 문구의 결합은 ‘여성성’의 여성혐오적 측면을 가린다.

“옷에도 성별이 필요해?”
여성복과 여성복 광고의 문제가 사회 전반으로 공론화되면서 여남공용 의류가 여성복의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다. 옷의 주된 구매처를 묻는 말에 응답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여남공용 매장’에서, 다섯 명 중 두 명꼴로는 ‘여남공용 쇼핑몰’에서 옷을 산다고 응답했다(중복응답 허용). 주로 여남공용 매장에서 옷을 구매하는 이예림 학우는 “여성복은 보통 불편한 재질로 만들어지고 치수도 작게 나와서 여남공용 의류보다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등장하고 있는 여남공용 브랜드들은 여성복과 남성복을 구분 짓는 사회 규범을 거부하기도 한다. 탈코르셋 운동을 지향하는 퓨즈서울과 ‘여성복 디폴트(Default) 운동’에 참여하는 자매옷장이 대표적인 예다. 여성복 디폴트 운동은 기존의 디폴트 운동을 자매옷장이 의류에 중점을 두고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디폴트 운동은 ‘여성성’을 벗어나 인간 기본의 형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심은섭 사장은 “현재 의류 시장은 인간의 기본형을 남성으로 삼고 있다”며 “여성들도 기본적인 ‘사람의 옷’을 입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경험과 지식을 가진 분야에서 실천적 행동을 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여남공용 브랜드들은 회사의 슬로건으로 기존 여성복 브랜드와는 다른 문구를 채택하기도 했다. 자매옷장의 SNS에선 ‘편안하고 당당한 하루 되세요’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심은섭 사장은 “옷을 판매할 때 활동성도 고려하지만, 옷이 착용자의 태도에 주는 영향도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자매옷장과 퓨즈서울이 처음부터 여성을 위한 옷을 판매해 온 것은 아니다. 자매옷장은 여성복 매장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남성복 제조 업체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심혜섭 사장은 “페미니즘의 특정 사안에 관심은 있었지만, 페미니즘과 의류 사업은 별개라고 생각했다”며 “남성복 거래처를 처음으로 방문했을 때 여성복과 가격대가 유사함에도 질적인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운영 방식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퓨즈서울 또한 본래는 여성복 전문 쇼핑몰 ‘꽃피는 시절’의 일부였다. 여남공용 의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 관해 김 대표는 “여성복 운동복은 기능성 의류임에도 불편했지만, 우연히 입어본 남동생의 운동복은 편안했다”며 “왜 여성용 운동복에선 몸매가 강조돼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 남성복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여성복과 남성복의 주된 차이로 꼽힌 치수엔 여남공용 옷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는 측면이 존재한다. 이시진 학우는 “키가 작고 체구가 작은 편이라 여성복 쇼핑몰을 많이 이용하게 된다”며 “여남공용 매장의 편한 옷을 사고 싶지만, 치수가 맞지 않아 입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퓨즈서울에선 여남공용 의류에 대한 여성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치수 체계를 제시했다. 김 대표는 “기존의 여성복은 비정상적으로 작은 치수 체계를 갖고 있었으며, 공통된 치수 체계가 없어 의복 선택에 실패하기 쉬웠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퓨즈서울에선 평균적인 여성의 신장을 고려한 새로운 치수 체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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