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Real Doll)의 수입 및 판매 금지를 요구한 국민청원이 정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청원은 대법원의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에 관해 반대하는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리얼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논란이 되는 이유에 관해 본지 기자단이 직접 취재해봤다.


논란의 불씨가 된 리얼돌 수입 허용
리얼돌은 사람의 신체를 본뜬 인형을 뜻한다. 기존의 피규어나 마네킹과 달리 성기가 형상화됐으며 실리콘 등의 소재를 사용해 실제 사람과의 유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최근  리얼돌 수입이 가능해진 것은 리얼돌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받은 한 업체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승소한 결과다.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왜곡한다며 보류 처분이 적법하다고 본 1심 재판부와 달리 2심 재판부는 사적인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이유로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을 내렸다. 이에 국내에서 제작된 제품만 판매되던 기존과 달리 해외에서 만들어진 리얼돌도 수입해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로 리얼돌 판매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리얼돌에 관한 논란이 불거졌다. 강정은(미디어 18) 학우는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의 사용은 남성에게 실제 여성을 본인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위험이 크다”며 “리얼돌 사용은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바라보는 남성 중심사회의 폭력적인 단면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대법원의 판결에 동의하며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을 제재해야 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며 “실제 여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형법상 처벌 규제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선 이미 리얼돌의 판매와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규모의 성인용품 시장을 보유한 중국에선 인공지능을 결합한 리얼돌이나 아동을 형상화한 리얼돌이 웹사이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미국의 리얼돌 제작 업체인 어비스크리에이션(AbyssCreation)에선 또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공지능 리얼돌을 판매하기도 한다.

기존의 성인용품과 달리 리얼돌에 관한 논란이 가중되는 이유는 실제 사람과의 유사성을 극대화했다는 점 때문이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리얼돌의 기능은 리얼돌의 형상이 실제 사람과 얼마나 유사한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리얼돌 제작 시 제작업체는 사람의 피부 촉감과 비슷한 특수 재질을 이용하며, 일부 제품에는 접촉에 반응해 소리를 내거나 체온과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등 특수한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인형, 쾌락의 파트너가 되다
본지 기자단은 리얼돌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지난달 29일(목) 경기도 고양시의 한 오피스텔 지하에 있는 리얼돌 전시장에 방문했다. 전시장 내부엔 여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 6구가 전시돼있었는데, 모두 리얼돌 판매 업체인 ‘레알돌’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본지 기자단이 실제로 본 리얼돌은 사람보단 마네킹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마네킹의 딱딱한 촉감을 예상했지만 리얼돌의 표면을 만져보니 연하고 부드러웠고, 사람의 피부 촉감과 비슷했다. 여성을 본뜬 리얼돌의 음부는 탈부착할 수 있게 재현돼 있었고 관절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가벼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리얼돌은 꽤 무거웠다. 적게는 20kg 초반에서 많게는 30kg 후반인 리얼돌은 성인 여성인 본지 기자가 들기엔 매우 버거운 무게였다. 레알돌에선 열가소성 탄성체(Thermoplastic Elastomer, 이하 TPE)등의 소재를 틀에 부은 뒤 뼈대를 넣고 굳히는 과정을 거쳐 리얼돌은 제작한다. 완전히 굳은 몸체를 다듬고 가발이나 화장으로 장식하면 리얼돌이 완성된다.

레알돌에서 판매되는 리얼돌의 관리 방법은 예상보다 간단했다. 탈부착 가능한 음부만 세척이 필요하고 그 외의 부분은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았다. TPE 소재의 특성상 기름이 새어 나오면 전분이나 베이비파우더로 기름진 부분을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익명을 요구한 레알돌 대표는 “전시관 내 리얼돌도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근 리얼돌이 길가에 버려진 사진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얼돌 판매 업체는 구매자가 리얼돌의 폐기처분을 요청할 경우 상품을 직접 회수해 간다. 이렇게 수거된 리얼돌은 절단되거나 녹여진 후 폐기된다. 리얼돌이 그대로 버려질 경우 혐오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레알돌에선 구매자의 요청이 들어올 경우 리얼돌을 녹이는 방식으로 이를 폐기한다고 밝혔다.

리얼돌의 주 소비자층은 4, 50대 남성이다. 익명의 대표는 “구매자들은 성적인 용도로만 리얼돌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홀로 거주하거나 나이가 많은 남성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목적으로 리얼돌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리얼돌 논란에 관해 익명의 대표는 성에 관한 국내의 폐쇄적인 분위기를 지적했다. 익명의 대표는 “남성의 신체를 본뜬 리얼돌이 상용화되면서 여성의 리얼돌 사용이 증가한다면 논란은 사그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익명의 대표는 “사회가 개방적인 성 인식을 억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리얼돌 상용화 정도는 타 국가에 비해 더딘 편이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성적 자유를 근거로 리얼돌의 판매를 지지하는 입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성인용품점 바나나몰 직원은 “모든 성인용품의 구매와 이용은 사적인 영역에 해당한다”며 “ 개인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 리얼돌을 사용하는 데엔 윤리적인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무법지대 속 깊어가는 여성혐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에선 리얼돌에 관련한 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를 악용해 지인 또는 연예인 얼굴을 본뜬 리얼돌이 등장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리얼돌을 수입 및 판매하는 업체들은 해당 리얼돌의 제작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대표는 “단순한 사진만으로 특정 인물의 얼굴을 본뜬 리얼돌은 제작이 어렵다”며 “원하는 얼굴로 주문이 가능한 국내업체들은 사기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동을 형상화한 리얼돌 제작에 관한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국내 한 업체에선 신장 120cm인 아동 리얼돌을 판매하다 반대 여론에 의해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아동 리얼돌의 제작을 막고 성적 대상화와 성 착취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달 8일(월) 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은 아동 리얼돌의 수입과 제작, 판매 등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부대표는 “아동 리얼돌의 금지 법안에 동의한다”며 “해당 법안을 아동만이 아닌 성인 여성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의 대표 또한 아동 리얼돌에 관해 반대 입장을 표하면서도 ”기존 리얼돌이 다소 무거워 사용자를 위한 소형 리얼돌이 필요하다”며 “사이즈만으로 ‘아동 리얼돌’이라 판단하고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보다 먼저 리얼돌 판매가 허가된 국가에선 아동 리얼돌에 관한 규제가 마련돼 있다. 캐나다와 노르웨이에선 아동 리얼돌의 소지와 구매가 금지돼 있으며 영국 검찰청은 아동 리얼돌을 유통하거나 구매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최대 12개월의 징역형을 구형한다.

일부 리얼돌 판매 사이트에선 리얼돌 구매 시 유방 크기, 음부와 음모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원하는 리얼돌의 몸을 선택하고 제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리얼돌이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윤지선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는 “여성 신체에 관한 리얼돌의 극사실주의적 재현은 여성 신체의 가치를 철저히 폄하하고 여성의 성(性)을 상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며 “여성을 극대화된 성적 이미지와 성적 기능으로 환원하는 점과 인간의 대체 가능성을 리얼돌을 통해 인지하고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인간의 은밀하고 사적인 성생활과 성인용품의 영역이라도 존엄성 침해의 여지와 여성 혐오적 요소가 부각된다면, 국가에 의해 엄연히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얼돌에 관한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리얼돌 문제를 해결해 더욱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리얼돌에 관한 규제와 법률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성이라는 인격체에 관한 올바른 인식과 성 상품화 문제에 관한 충분한 사회적 공론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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