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상징물이 하나 있다. 바로 ‘바오밥 나무’다. 사람들은 주로 어린 왕자를 떠올리지만, 필자는 어릴 적 심심해서 리모컨 버튼을 누르다 우연히 멈춘 채널에서 나오던 자연 다큐멘터리 덕에 바오밥 나무와 처음 만나게 되었다.
도끼를 아무리 찍어도 베기 힘들 정도로 줄기가 크고 튼튼해 보여서 그 나무 안에 집을 짓고 살면 아늑하니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전엔 ‘바오밥 나무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고난과 역경을 겪을 때마다 휘둘리는 스스로의 모습에 전기톱을 들고 와도 베기 힘들어 보이던 그 나무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바오밥 나무 같은 사람이 되자’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필자는 ‘그릿’과 같은 책을 읽으며 역경을 이겨내고 시련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튼튼함을 위해선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말했듯 경제적 자립도 중요하기에 ‘자본주의’ 같은 경제 분야의 책도 읽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전공 공부를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전공과목을 공부하는데, 문득 매번 생각했던 바오밥 나무의 굳건함이 아닌 뿌리를 뽑아 거꾸로 박아놓은 듯한 모습이 보였다. 필자는 그것이 근본을 추구하는 과학자의 모습 같다고 생각했다. 뿌리를 보는 것. 즉, ‘왜 그럴까?’라고 계속 질문해 점점 더 깊게 공부하는 자연과학에 속하는 필자의 전공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가 바오밥 나무의 가지에서 보였기에 ‘나라는 사람’뿐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야망’의 형태도 바오밥 나무처럼 변해갔다.
하지만 매일 글만 읽다가는 한계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전공 공부에 교양서적에, 필자는 글이 꼴도 보기 싫어지게 되었고, 책 읽기 말고 다른 취미 생활을 키우라는 충고에 그냥 수채화, 마크라메(macrame), 홈 카페 등의 단기 강좌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점차 마음이 안정되며 편안한 상태가 되니 바오밥 나무가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과거가 떠올랐다. 그리고 ‘바오밥에서 살고 싶다는 것을 넘어 바오밥 나무가 된다는 것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문화 양식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연구를 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선행 논문을 읽거나 학부생 때 이미 답이 나와 있는 실험을 하듯 필자 또한 새로운 문화 양식을 만들기 위해 취미 탐구를 멈추지 않고 계속해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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