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거론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정부는 그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나름의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2005년, 정부는 기존 여성부의 명칭을 여성가족부로 변경했다. 사회문화의 변화에 따라 등장한 여러 형태의 가족이 전통적 가족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건전한 결혼 문화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매달 국내외 결혼중개업 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6년 초 모 방송사와 결혼 및 출산에 관한 인식 변화와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협약서는 방송사는 ‘저출산’ 해결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보건복지부는 방송에 필요한 자료를 적극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4월,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만혼과 비혼이 늘어나는 추세를 완화해 ‘저출산’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배우자와 자녀가 있어 행복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말이 굵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연애,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것을 빈번히 볼 수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뿐만이 아니다. 사회는 가정에서 오는 행복만을 눈앞에 들이밀며 여성의 눈과 귀를 가린다. 독립적인 인간으로 살겠노라 선언한 여성이 듣는 말은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한 것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그러니 너희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말뿐이다.

재생산하지 않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비난은 허공에서만 맴도는 메아리가 아니다. 주택도시기금의 개인상품 중 중소기업취업청년 전월세보증금대출은 중소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한 청년들에게 저렴한 이자로 전·월세 보증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저렴한 이자로 1인 가구에 인기를 얻고 있다.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지만, 군필자의 경우 만 39세까지 신청할 수 있다.

사회의 강압에 의해 독립성을 박탈당한 개인은 의존할 곳을 찾고 그에 매달리게 된다. 여성이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진출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할 방법을 강구하기보다 여성의 홀로서기를 사회적,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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