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수업 시간에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많은 경험을 해 보는 것, 특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단번에 하나의 인연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난해 가을의 특별한 인연을 학우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2학기 초에, 필자는 과에서 개최한 백일장에 참여했다. 주제는 ‘커튼’과 ‘70년의 청파’였는데, 후자의 주제로 수필을 썼다. 그리고 얼마 후 수상하게 돼 학과 행사에서 나눠준 팜플렛에 필자의 글이 실리게 됐다. 특별한 인연을 만난 것은 그 팜플렛을 챙겨 대전으로 가는 기차에 타던 날이었다. 대전에 있는 외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께 필자의 글을 보여드리기 위해 특별히 그 팜플렛을 챙긴 것이었다. 좌석을 확인하는데 옆자리에 한 여성분이 앉아계셨다. 필자는 승차권을 보며 이 기차가 맞는지를 물어봤고, 그 분은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자리에 앉자 여성분께서는 필자가 어디로 가는지,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를 필자에게 물어봤다. 대전에 가고, 숙대를 다닌다고 말씀드리자 당신께서도 숙대를 나오셨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둘 다 깜짝 놀랐다. 그 분은 63학번이라고 하셨다. 놀람과 함께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70년의 청파’를 주제로 글을 썼다고 팜플렛을 꺼내 보여드렸다. 선배님은 필자가 쓴 글을 보시더니 칭찬도 해 주시고, 고칠 점도 말해줬다. 그리고 자신이 학교를 다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때는 학교 바닥이 삐걱거리는 나무였다는 것과 다방에서 미팅을 했다는 것, 교재는 무조건 가방에 넣지 않고 한 손에 들고 다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는 대전역에 도착해 필자가 먼저 내리기 전까지 학교, 인생,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선배님과의 만남은 필자에게 정말 의미 있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70년의 청파’로 글을 썼는데 70년 전의 청파를 진짜로 알고 있는 선배님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그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이 살아오신 시간과 역사도 함께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온 시간은 달라도 청파동을 걸었다는 것 하나만으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생면부지의 후배에게 인생의 충고와 따뜻한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신 이성자 선배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가을 기차에서의 만남은 아직도 필자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국어문 17 홍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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