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 창학특집호
숙명, 주체적 삶을 위한 여성의 선택
임세은·김보은 기자  |  smplse96@s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5.20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과거 여성 교육은 본인을 위함이 아닌 남성을 내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한국여성독립운동」에 의하면 을사늑약 이후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여성 교육을 통해 국가를 구할 수 있다는 여성 교육 구국론이 대두됐다. 자녀 교육을 주로 담당하는 여성의 정신교육을 통해 국가에 충성하는 인물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교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는 이러한 시기에 설립됐다. 본지에선 창학 113주년을 맞아 본교를 비롯한 여자대학교(이하 여대)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고 현재 여대의 사회적 위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책을 펼친 여성
조선 후기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분제 폐지와 인재등용론이 제시됐다. 그러나 여성이 학문을 배우는 것은 부도에 어긋난다는 당시의 유교적 사고관 때문에 여성의 교육 권리 보장은 논의되지 못했다. 그러다 1888년 1월 조선 후기 급진개화파 문신 박영효가 처음으로 소·중학교를 설립해 6세 이상 모든 사람의 취학을 주장했다. 이후 1895년 7월 여성에게 남성과 똑같은 교육 기회가 법적으로 처음 부여됐다.

여성들이 스스로 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896년 4월 20일 독립신문에 실린 한 논설로 인해서였다. 독립신문은 순 한글로 간행돼 당시 많은 여성이 읽던 신문이었다. 독립신문에 실린 논설은 여성이 교육을 받고 지식의 폭을 넓혀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99년 2월엔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을 받아 경제적 독립을 이룩해 남성의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찬양회 소속 여성 회원의 회비를 받아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인 순성여학교가 만들어졌다.

법은 여성의 교육권을 보장했지만, 여전히 여성은 실질적으로 교육에서 분리돼 있었다. 순성여학교는 보수적인 대신들의 강압으로 해산됐고 이후 일제하에 위축된 교육 현장과 인상된 교육비로 여성들은 더욱 교육을 받기 어려워졌다. 이런 환경에서도 여성의 근대 교육 운동은 더 크게 일기 시작했고 여성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오늘날 여대의 시초가 된 학교들이 설립됐다.

본교는 1906년 대한제국 황실이 설립한 민족 최초의 여성 교육기관이다. 순헌황귀비는 우리 민족의 미래가 여성 교육에 달려있다는 신념에 따라 본교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를 창학했다. 본교 이화영 기초교양대학 교수는 “여성 교육이 이뤄지던 초기엔 여성의 성 역할에서 벗어나지 않은 가사 과목 위주의 교육이 중심적이었다”면서도 “본교와 같은 여성 교육기관의 설립은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여성혐오적 시선을 거스르다
본교를 비롯한 여대는 창학 이후부터 현재까지 줄곧 편견에 시달려왔다. 여대에 대한 대표적인 편견으론 ‘여대 학생은 조신해서 신붓감으로 적합하다’ ‘여대 학생들은 단합이 잘되지 않는다’ 등이 있다. 서은진(행정 98졸) 동문은 “재학 당시 여대에 대한 인식은 일반화된 여성 집단에 대한 인식과 동일했다”며 “현재는 여대가 진취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당시엔 여대 학생들이 수동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여대에 대한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여대는 조신함을 강조하지 않는다. 조신함을 강조하는 것은 여대가 아니라 사회다. 익명을 요구한 동문은 “회사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면 남성 동기나 선배들이 도와주려 한다”며 “그것이 성차별적 행동임을 지적하니 페미니스트냐고 물으며 비아냥거렸다”고 말했다. 여대는 오히려 학생들이 여대 학생에게 씌워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디딤판이 돼 준다. 본지 여성부는 국내 학보사 최초의 여성부로, 1997년 3월 10일(월)에 발간된 본지 제939호에 여성면이 처음 등장했다. 본지 여성면은 여성학과 협동과정 학과장 교수 인터뷰와 여성문화모임 ‘마녀’ 연극 등으로 시작해 학내 성폭력 문제, 탈코르셋 등 여러 여성주의 의제를 다뤄왔다. 서 동문은 “남학우가 없었기 때문에 대학에 재학하는 동안엔 성 역할 구분을 배우지 않았다”며 “입학할 때 선배들이 과방에 못 하나를 설치해도 전부 우리의 힘으로 한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여대는 여대 학생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편견을 타파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 1997년 본교의 광고 문구 ‘나와라! 여자대통령’ ‘울어라! 암탉아’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부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성현빈(영어영문 18) 학우는 해당 광고에 대해 “사회적 여성상을 거부하는 대신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는, 시대를 앞선 광고다”고 말했다. 본교 중앙여성학동아리 ‘SFA(Sookmyung Feminists Association)’의 화요 프로젝트에선 지난해 6월 5일(화)부터 한 달 가량 여성주의 광고를 게시해 여대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비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지윤(정치외교 18) 학우는 “800만 원 가량의 후원금을 받아 광고 7종을 숙대입구역에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학우는 “당시 서울메트로의 광고 거절로 여러 언론을 통해 기사화됐으며 광고 게시 성공 후엔 KBS 뉴스, 한국여성재단 문집 등에 출연해 인터뷰한 바가 있다”며 “대부분 광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사회적 성별 비판적 페미니즘(Feminism) 동아리 ‘GPS’에서도 여성에 대한 편견을 비판하는 광고를 게시한 바가 있다. GPS 대외팀장은 “공식 트위터(Twitter) 계정에서 광고에 대한 게시글이 5,700회 이상 공유됐다”며 “지금까지 GPS의 사업 중 가장 폭발적인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여대는 여성만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소위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규정되는 편견의 틀을 부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대연합페미니스트 동아리 ‘UFO(University Feminists Organization)’의 숙명지부 회장을 맡고 있는 성 학우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편견이 사실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동아리를 설립했다”며 “현재 동아리에선 친목을 위한 모임 외에도 여성 서사 작품을 감상하고 토론하며 시위에 함께 나가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UFO에서 활동하는 성신여대 재학생 한예희(여·21) 씨는 “여대는 남성 주류 사회에서 여성이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며 “공학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면 페미니즘 동아리라는 이유로 비난과 멸시를 받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취업률로 보는 숙명의 위치
여대와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해선 학우뿐만 아니라 본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성 학우는 “학교 차원에서 우수한 취업률 및 유지취업률 등의 성과를 알림으로써 여대 학생을 잠재적 신붓감으로 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곳곳에선 여대의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여대 위기설’을 내세운다.

여대의 취업률에 대한 편견과 달리 본교는 올해 1월 공시된 고등교육기관 여성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서 취업률 63%를 기록해 서울 소재 30개 대학 중 10위, 서울권 여대 중 1위를 차지했다. 또한 본교는 지속적인 근무 여부를 조사하는 유지취업률에서도 86.7%를 기록해 취업의 질과 양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본교 최성희 취업지원팀 팀장은 “소위 취업이 잘 된다 볼 수 있는 공과대학의 규모가 작아 일반적인 취업률을 말하기에 불리함에도 좋은 성과가 나왔다”며 “취업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어 제주대, 교육부와 고용노동부에서 참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우들의 진로를 찾아 취업률을 높인 것은 본교 대학일자리센터의 여러 프로그램이 기여한 덕분이다. 본교 대학일자리센터는 2021년까지 총 27억 5천만 원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 학우들은 대학일자리센터를 통해 취업 및 진로관련 1:1 상담은 물론 전공별 특성화 진로 프로그램과 취업박람회 ‘숙명 DREAM Festival’, 민관합동 청년고용 대책 권역별 설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취업박람회에 참석했던 익명을 요구한 학우는 “취업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취업박람회에 참가했다”며 “포트폴리오를 원하는 직무에 맞게 정리해주고 기업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본교는 학우에게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본교는 국내 대학 최초로 앙트러프러너십 전공을 개설했다. 본교는 현재 창업 활동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앙트러프러너십 센터와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한 창업보육센터를 함께 운영하는 등 대학 창업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본교는 학우들이 창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교내창업지원금을 확대하고 창업 휴학제도와 창업 대체학점제 등을 도입했다.

본교는 지금까지 취업 및 창업 지원과 여러 활동을 통해 학우들이 진취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 향후 본교를 비롯한 여대는 학생을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양성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생을 여성 혐오에 의한 피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SFA 회장을 맡고 있는 이윤지(경영 16) 학우는 “여대는 페미니즘의 일상화가 이뤄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여대에선 여성주의 논의를 자유롭게 펼치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성의 교육권이 보장되는 현재에도 여대는 여전히 필요하다. 여성이 받는 교육 속에도 여성을 객체로 보는 시선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여성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여성의 교육권이 보장된다는 것은 여대의 존폐를 결정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며 “여대는 주체적이고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인물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세은·김보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숙미회의 ‘흐름’은 계속됩니다
2
창학기념식, 113년의 역사를 돌아보다
3
가상현실로 대비하는 취업 면접
4
아쉬움을 뒤로 한 새로운 도전
5
환경에 붙은 “빨간 딱지” 떼기, 그린캠퍼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인 : 강정애 | 편집인 겸 주간 : 육성희 | 편집장 : 서조은 | 발행처 : 숙명여자대학교|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정애
우)140-742 서울특별시 용산구 청파로 47길 100 숙명여자대학교 숙대신보사
행정실 ☎ 710-9150 (Fax) 706-2695 / 편집실 ☎ 710-9721 / 9152
Copyright © 2019 숙대신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mnews@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