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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우스의 노래 - 가장 평범한 영웅의 이야기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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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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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매들린 밀러가 10년에 걸쳐 쓴 「The song of Achilles(아킬레우스의 노래)」라는 소설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소설은 호메로스의 작품 「트로이아 전쟁 중에 고대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영웅이자, 발꿈치 화살의 주인공인 반신반인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성장, 영광, 그리고 죽음이 그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의 시점에서 서술된 소설입니다. 뉴욕 타임즈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인데다가 작가에게 2012년 여성 문학상(Orange prize-Women's Prize for Fiction) 수상을 안겨준 소설이자 대중성과 예술성을 같이 지니고 있다는 찬사를 받을 정도의 소설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첫 번째, 아킬레우스의 노래는 ‘손에서 놓기 어렵다’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저는 이 소설을 ‘오디오북(Audio Book)’으로 접했는데, 접하는 한 주 동안 ‘넷플릭스(Netflix)’와 ‘유튜브(YouTube)’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섬세하게 쓰인 문장들이 머릿속에 소설 속 장면이 그려내 종종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로맨스 부분에 영웅의 서사시 같은 요소들이 적절히 추가돼 있어 사람을 붙잡아 두는 재미를 지닌 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어벤져스(Avengers)> 같은 영웅물에 익숙한 시대에서 액션 ‘판타지(Fantasy)’같은 이야기를 시적인 문장들로 풀어나갑니다. 따라서 유튜브 혹은 넷플릭스 말고 좀 더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길 원했던 저에게 아주 적합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신과 인간의 대비를 보여주며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인간적인 존재들이 얼마나 비극적인지 알려줍니다. 참 사회에 대한 여러 생각이 들게끔 하는 소설입니다. 

두 번째,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이야기를 현대인의 감성으로 이해할 수 있게 쓰인 소설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아킬레우스가 전쟁에 참전하지 않다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슬퍼하며 전장에 돌아와 죽음을 맞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에서는 다소 인색한 호메로스이기에, 신화 내용상 개연성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 소설은 ‘파트로클로스가 어떤 사람이기에 아킬레우스를 움직였나?’라는 질문에 대한 매들린 밀러의 대답과도 같습니다. 기존 신화로는 트로이아 전쟁에서 아킬레우스가 하는 행동이 납득이 잘 안됐습니다. 반면 이 소설은 ‘왜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가 비극을 향해 달려가는지’ 이해가 되도록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죽을 것이 뻔하지만 신이 준 당대 최고의 재능을 발휘해 이름을 남길 것인가, 재능을 천천히 소멸시켜 평범한 인간으로 잊힐 것인가의 선택의 갈림길, 그리고 적수를 찾을 수 없기에 두려움도 없던 아킬레우스가 자신의 특별함을 잃는다는 공포 안에서 어떻게 변화가 되는지,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그의 연인이자 친구인 파트로클로스의 심리를 풀어나가는 속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지만, 또 납득이 되는 전개가 인상 깊었고,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의 뒷이야기를 듣고, “아,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세 번째로 이 소설은 사랑과 이기심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반신반인 아킬레우스, 파트로클로스, 그리고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 모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기적인 방법으로 그 사랑을 풀어나갑니다. 셋 모두 소중한 것을 놓지 못해 마지막에는 비극으로 치닫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세 존재가 결국은 자신들이 이기심으로 내려놓지 못한 것을 내려놓으며 가장 소중한 추억인 ‘아킬레우스의 노래’와 함께 소설이 마무리될 때, 저는 아쉬움과 함께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읽는 동안 각박한 현실이 아닌 신화 속에서 살아가는 듯한 몰입감을 주는 소설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 소설은 현시대의 영웅상과는 다른 영웅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시대의 영웅들은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자신을 희생해서 대의를 지키는 모습이라면, 이 소설의 영웅은 당대 최고의 치졸하고, 이기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그 치졸함과 이기심이 자신의 파멸로 이끌고, 결국 평범했던, 그저 영웅 옆의 주변인이었던, 파트로클로스만이 영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파트로클로스는 결국은 영웅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비극으로 끝나는 것 같을 때, 결국은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화해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왜 사람들이 이 책의 마지막에 그렇게 많이 울었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고전에 대한 상식을 키우고 싶다거나, 재밌는 액션 소설을 읽고 싶다거나, 로맨스물을 읽고 싶다거나, 아니면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그저 반신반인 무적의 영웅의 이야기가 아닌, 초월적 능력을 지녔던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인 「아킬레우스의 노래」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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