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신보 정기자가 된 지 10개월이 흘렀다. 지난달 열한명의 수습기자가 숙대신보를 찾았고, 부장기자들은 휴학신청서를 뒤적이며 떠날 준비를 한다. 기자증을 목에 걸고 현장을 뛰어다니던 ‘초짜기자’ 필자가 어느새 부장이라는 직책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지난 제1362호 ‘본교에 외부인 침입해’와 ‘외부인 침입 후속 인터뷰’ 기사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울어봤다. 사건 소식을 듣자마자 강의실을 뛰쳐나와 취재했으나 취재원의 인터뷰 거절은 필자 능력 밖 일이라는 것과 필자의 발버둥이 기사에 대한 만족을 채워주진 못한다는 현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눈물로 완성된 기사는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정기발행일이 돼서야 종이신문으로 발간됐다. 이미 타자(他者)에 의해 모든 상황이 교내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후였다. 주간 학보사 기자의 설움과 씁쓸함을 몸소 느꼈다.
 

현실 자각의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히 보낸 메일함에서 필자의 숙대신보 기자 지원서를 발견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에 고등학생 때 교내 비디오 저널리스트(VJ, Video Journalist) 활동을 했다며, 대학에서도 교내 사건을 직접 취재하고 학우에게 이를 알리는 취재부 기자가 되고 싶다는 필자의 앳되고 당찬 포부가 느껴졌다. 융합적 사고와 글쓰기 수업을 수강한 뒤 글쓰기를 통해 내면이 성장하는 것을 느꼈고, 이어 글 쓰는 두려움을 없애고 글쓰기가 더 잘하고 싶어졌다는 결심도 있었다. 입사 후 쓰고 싶은 기사로는 ▶관할 파출소에 들러 본교 근처 화재가 잦은 원인을 묻는 기사 ▶흉기를 들거나 성기를 내놓고 다니는 남성의 처벌을 묻는 기사 ▶제4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여해 주최 측인 불편한 용기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기사 ▶회사와 학업을 병행하는 재직자 학우들의 이야기가 담긴 기사라고 적었다.
 

돌이켜보니 신기하게도 필자는 당시 계획했던 기사 대부분을 발행했다. 필자의 글쓰기 실력이 향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새하얀 종이를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두려움은 사라진지 오래다. ‘숙대신보의 기자가 돼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따뜻한 에너지를 가진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라고 마무리 된 필자의 기자 지원서. 읽고 나니 나머지 발간이 괜스레 소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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