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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비자일까, 소비재일까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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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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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은 세련되고 정갈하다. 원색 간판과 형광등은 항상 쨍쨍하다. 상품은 오와 열에 맞게, 점원은 근무시간에 맞게 교체된다. 모든 게 빈틈없는 지침대로다. 번잡한 거리에서 편의점에 들어가면 모종의 안정감에 취한다. 하지만 이 안정감은 미끼다. 함정을 경계하자. 편의점은 저성장, 저고용, 저임금의 팍팍한 세상에 지친 자들에게 고단함을 일시적으로 잊게 하는 마취제를 주사한다.

바깥세상에서 치열하게 작동하던 사고력은 편의점에 들어가는 순간 멈춰도 좋다. 편의점 속에서 예측가능성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문제가 출제되는 학교, 고용을 보장하지 않는 회사에서 우리는 매일 불안에 시달린다. 결과를 알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쳐온다. 그러나 편의점에서는 생각을 중지하고 편의점의 지침에 의탁할 수 있다. 익숙한 상품들이 정해진 자리에서 기다린다. 정찰제라서 가격을 물을 필요도, 흥정할 여지도 없다. 24시간 열려 있어 헛걸음 할 일도 없다. 예상대로 흘러가는 극도의 안정감을 맛볼 수 있다. 

편의점에서 우리의 책임의식은 잠시 소멸한다. 즉시성, 처분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정리하거나, 설거지를 해야 하는 성가심은 없다. 위생용품이든 도시락이든 소비가 끝나면 쓰레기통에 버린다. 점원과 손님도 계산이 끝나면 서로를 버리고, 점원과 점주도 시급정산이 끝나면 서로를 버린다. 각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행동만 한다. 단순 명료한 획득과 처분으로 이루어진 소비경험은 책임질 게 너무 많은 현대인들에게 반가운 별미다.

그러나 밖으로 나오는 순간 편의점표 마취제의 약기운은 사라진다. 평생 편의점에 머물게 아니라면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편의점의 편의성은 손님을 위한 게 아닐 수 있다. 예측가능성, 즉시성, 처분성에 매료되어 편의점을 이용하는 동안 우리는 기업의 이익에 자각 없이 봉사하고 있다. 또 편의점은 균일한 선택지만 제공해서 사람들을 통제가 수월한 소시민으로 만든다. 편의점 외에 다른 낙이 없는 서민의 삶과 양극화 현실을 ‘소확행’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편의점은 기업의 실핏줄처럼 전국 구석구석 뻗어있다. 우리는 스스로 소비자라 자부하지만 사실 기업과 시장의 소비재로 전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편의점식 소비에 중독될수록 각성은 요원하다.

역사문화 15 한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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