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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났던 지난 여름[여행숙케치]
숙대신보  |  shinbosa@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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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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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보다 치열했던 한 학기를 마친 6월 어느 날, 나는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과제에 지칠 대로 지쳤던 내게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일었고,  파리와 런던, 그리고 맨체스터는 그런 내가 정한 목적지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서 뭘 할까’하는 고민에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채우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적어나간 나는 빽빽이 적힌 일정표를 들고 집을 떠났다.
캐리어(Carrier) 가방 구석에 낀 접이식 우산이 무색하게 내가 타지에서 보낸 2주는 화창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매일 아침 숙소를 나설 때면 눈이 부셔서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고, 저녁에는 분홍빛 노을과 함께 6월의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침이면 숙소 근처 상점에서 과일과 빵을 사서 공원 벤치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런던과 파리는 공원이 정말 크고 많아서 여유를 부릴 장소가 충분했다. 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런던에서 길을 걷다 우연히 예쁜 정원을 발견하고 벤치에 잠깐 앉아 쉬던 때가 생각난다. 햇볕을 쬐고 있는데 아주머니 두 분과 개 한 마리가 지나갔고, 개가 내게로 와서 드러눕길래 배를 긁어줬더니 아주머니께서 저렇게 붙임성 좋은 개는 처음이라며 웃으셨다. 이때 정말 여유로움이 뭔지 느낄 수 있었고, 행복감이 밀려왔다. 어디로 갈지 몰라도, 어디로 가든 상관없고 가지 않아도 좋은 그때가 그립다. 
17일이라는 시간은 의외로 긴 시간이었다. 그동안 참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콘서트장에서 만난 옆자리 아르헨티나 아저씨와 수다도 떨었다. 유명 쉐프의 레스토랑에서 혼자 식사도 하고 파리 르 꼬르동 블루에서 빵 만드는 법도 배웠다. 지금 다시 떠올려도 행복한 경험들이다. 물론 좋은 일들만 있던 것은 아니었고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의 슬럼프도 찾아왔었지만, 잊어버리는 법을 배우며 나중에는 더욱 단단해진 나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에 노을을 보며 ‘혼자 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을 했다. 혼자였기에 느끼고 배울 수 있던 것들이 많았다. 참 소중한 기억이다.

 

산업디자인 17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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