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칼럼]

2009년, 한 배우의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국내 여론을 분노시킨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를 강조한 소위 ‘장자연 리스트(List)’라 불린 ‘강제 성상납 리스트 사건(조선일보 방 사장 사건)’은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일(수) 기준, 8일(금)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고 장자연씨 관련 증언한 윤**씨 신변보호 청원’ 글에는 35만 명이 넘는 사람이 서명했으며, 지난 12일(화) ‘故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에는 70만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연대했다. 

지난해 12월 말 클럽 ‘버닝썬(Buring Sun)’에서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에 게시됐다. 논란이 경찰과의 유착관계 의혹으로 번지면서 권력층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명백히 밝혀진 것은 없지만 버닝썬 사건과 묶여 있는 듯한 10년 전의 일은 늦게나마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도 그랬듯 언론을 포함한 윗선은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한다. 재수사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연예인의 불법촬영 영상물의 공유가 보도됐다. 이후 불법촬영 영상물을 공유한 연예인 명단이 며칠을 거쳐 밝혀지고, 이어 연예인의 스포츠 도박이 보도됐다.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언론에 노출되는 사건들은 수위가 낮아지면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새로운 정보로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부패를 연예계의 가십거리로 가리려는 시도는 비일비재했다. 불법촬영 영상물을 공유한 연예인이 일정을 접고 귀국한 현장과 강제 성상납 리스트 사건의 목격자인 윤 씨가 용기를 내고 출석한 곳의 취재진의 수는 놀라울 정도로 차이를 보였다. 물론 근 몇 달간 일어난 사건 중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다. 다만 우선순위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와 2017년에도 사건의 재수사를 검토한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여론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 발 빠르게 진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인은 오히려 사건의 장본인이었다. 모두에게 잊히고 있을 때 누군가는 진실을 알리고자 신변이 위태로운 상황에도 용기를 내고 있다. 언론이 추구하는 진정한 ‘알 권리’가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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