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최근 유난히 취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동료 기자가 많았다. 대부분 인터뷰 승낙을 일찍이 받은 상황이었다. 기사 마감일은 다가왔고, 취재원은 그제서야 답변을 보내왔다. 이렇게라도 취재가 무사히 마무리되면 다행이다. 취재원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일부 기자는 인터뷰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응답을 받았다. 기사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새로운 취재원을 찾아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럴 때면 기자는 자신을 한없이 낮춰야 한다. 당일 혹은 하루 만에 취재원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문을 완성하려고 자꾸만 자신을 더 굽힐 수밖에 없을 때 기자는 한없이 절벽으로 몰린다. 별로 오고 싶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취재를 하다 보면 종종 오게 된다. 이곳에는 학보사라서 취재의 모든 과정이 가시밭길인 기자, 학교생활과 기자 활동의 균형을 찾지 못해 위태로운 기자,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기자가 있다.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면 가끔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 상상을 한다. 절벽 어딘가엔 기자의 낙원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곳에는 제시간에 편안히 잠이 드는 기자, 단번에 인터뷰 요청 승낙을 받는 기자, 기사 제목을 밤새 고민하지 않고도 뚝딱 짓는 기자가 있다. 

좋은 기사를 쓰려면 타인의 행복을 걱정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는 삶의 질을 보장할만한 임금과 휴식을 누려야 하며, 어린이는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이들의 행복을 간절히 바라면서 이들을 관찰하면, 행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보이고 바로 그곳에서 좋은 기사가 출발한다. 

그런데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갖기 위해선 먼저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행복을 걱정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이지만, 불안정한 사람에겐 그 타격이 더욱 크다. 특히 절벽을 보며 모든 일을 내려놓길 바라는 기자에겐 더욱이 그렇다. 

겨우 반년 차다. 남은 3학기를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기 위해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절벽이 그립고, 비현실적인 상상이 현실보다 그립다면 자신을 먼저 보듬어주고, 동료 기자와 함께 서로를 응원해주자. 이런 방법으로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한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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