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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예나, 불법촬영물 쫓는 하이에나
임세은 기자  |  smplse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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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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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불법 촬영과 편파 수사 및 편파판결에 분노하는 여성들로 뜨거웠다. 불법 촬영물의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음에도 기만적인 정부의 태도에 분노한 여성들은 거리로 나왔다. 불법 촬영물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기 전부터 꾸준히 불법 촬영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를 알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온 이들이 있다. DSO(Digital Sexual Crime Out, 이하 DSO)와 DSO를 이끌어가는 하예나(가명, 여·24) 대표다.

같은 목표를 위해 모인 사람들
DSO는 팀 ‘소라넷고발프로젝트’에서부터 출발했다. 소라넷은 현재 폐쇄됐으며, 한때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던 사이트다. 하 대표는 2015년 물놀이장 불법 촬영 사건 발생 이후 소라넷 폐지 청원이 올라오자 소라넷 공론화를 위해 소라넷고발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하 대표는 “당시에는 소라넷 폐쇄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라며 “저희의 활동으로 TV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소라넷을 다룬 방송을 보고 정말 뿌듯했죠”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소라넷은 소라넷고발프로젝트의 활동으로 2016년 4월 폐쇄됐으나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전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하 대표는 “소라넷고발프로젝트의 활동으로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이 알려지길 기대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소라넷 폐쇄로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해결됐다는 말을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로 접한 뒤 불법 촬영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두 번째 팀인 RPO(Revenge Porn Out)를 설립했어요”라고 말했다.

상근 활동가 3명을 포함해 DSO의 활동가는 총 12명이다. 하 대표를 포함한 활동가 전원은 실명이 아닌 별명으로 활동을 한다. 하 대표는 “소라넷고발프로젝트 팀이 메갈리아에서 파생됐기 때문에 처음부터 실명을 드러내지 않았어요”라며 별명으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메갈리아는 온라인 커뮤니티로,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 갤러리와 이갈리아를 합친 이름이다. 메르스 갤러리는 메르스 유행 시기에 만들어진 웹사이트다. 당시 홍콩을 방문했다는 이유로 비난받던 여성들이 메르스 보균자가 아닌 것이 알려지자 메르스 갤러리에는 여성 혐오적 사회에 대한 반발을 표출하는 글이 올라왔다. 메르스 갤러리에 여성 혐오를 반사해 보여주는 이른바 ‘미러링’ 전략을 사용한 글이 올라오자 디시인사이드는 이를 제재했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만든 것이 메갈리아다. 이갈리아는 책 「이갈리아의 딸들」에 나오는 여성과 남성의 성 역할이 바뀐 가상의 세계다. 온라인에서 미러링 전략 역시 혐오라는 의견이 우세를 얻으며 메갈리아는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별명 사용이 필수는 아니에요”라면서도 “단체 설립 이후에도 전통처럼 별명 사용이 계속됐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본명은 사무 처리를 하는 사무팀만 알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DSO는 피해자지원팀·연구팀·법무팀·사무팀 총 4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팀은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피해자지원팀은 피해자 상담과 고소장 초고 작성을, 법무팀은 고소장과 계약서 등 법무적인 서류의 검토를 담당한다. 연구팀은 디지털 성폭력에 관한 통계를 토대로 연구 자료 제작을, 사무팀은 업무 배분과 사무처리를 전담한다. 하 대표는 “누군가에게 책임이 치중되면 일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책임 분배를 위해 이러한 형태의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라면서도 “업무 배분을 자율적인 선택에 따르다 보니 의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도 있죠”라고 말했다.

피해자다움에 반대하다 
디지털 성폭력은 생산과 유통, 삭제 업체가 모두 긴밀하게 연결된 만큼 근절하기가 어렵다. 하 대표는 디지털 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는 것이 문제예요”라며 “남성 장애인의 성욕을 국가의 정책으로 해소해줘야 한다는 생각과 이를 실제로 이행하는 제도나 단체가 그 예시죠”라고 답했다. 실제로 일본엔 일명 ‘성 도우미’가 남성 장애인의 자위를 돕는 단체 ‘화이트 핸즈(White Hands)’가 있다. 일본 외에도 대만 등의 국가에선 남성 장애인의 자위를 돕는 비정부단체(Non-Government Organization, 이하 NGO)가 있다. 화이트 핸즈를 비롯해 남성 장애인의 자위를 돕는 NGO에서 근무하는 성 도우미는 주로 여성이다. 하 대표는 “여성이 남성의 성욕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여기는 생각이 가장 큰 문제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성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가 개인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수준의 법안을 입법해야 해요”라며 “개개인은 지속해서 디지털 성폭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해요”라고 말했다.

현재 DSO에서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에게 영상 모니터링과 영상 삭제 지원, 법률적인 도움을 지원하고 있다. 하 대표는 “영상 삭제 지원은 주로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에게 맡기고 저희는 법률적인 처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어떤 태도로 대응할 것인지, 피해자에게 위험은 없는지 확인하고 법적 분쟁에서 이기는 방안에 대해 상담하고 있어요”라며 “최대한 안전하게 고소 및 고발을 진행하고 장기간 지속하는 싸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상담 지원 등을 연계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 중 법률 고소 지원 프로그램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 이유에 대해 하 대표는 “가해자에게 법률적으로 대항함으로써 피해자의 재활 치료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라며 “가해자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지적함으로써 피해자의 재활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또 다른 DSO의 활동으로는 피해자의 대상화를 반대하는 운동이 있다. 피해자의 대상화란 정형화된 피해자와 가해자의 모습을 고착시킴으로써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을 경우 진술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가해자가 가해자답지 않을 경우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다움이란 완전무결하고 무기력한 피해자의 모습을, 가해자다움이란 악마 같은 가해자의 모습을 나타낸다. 하 대표는 “실제로 피해자들이 ‘내가 살아있는데도 주변 사람들이 희망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를 악마화함으로써 가해자의 힘을 부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라며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DSO가 필요없는 세상을 꿈꾸다
하 대표는 지난해 BBC의 ‘올해의 여성 100인’과 올해 제야의 종 타종 인사에 선정됐다. 하 대표는 “처음에 BBC에서 연락을 받았을 당시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방송 직후엔 놀랐어요”라며 “대단한 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사회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아님에도 100인의 여성으로 선정돼 감사했죠”라며 “100인의 여성과 타종 인사에 선정된 것 모두 영광이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 대표가 올해의 여성 100인과 타종 인사로 선정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 대표는 “소라넷고발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며 운을 뗐다. 그는 “첫 시도라 힘들기도 했고, 이 활동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 무력감도 많이 느꼈죠”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는 “지금은 단체가 어느 정도 인정을 받지만, 초기에는 메갈리아에서 시작됐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거든요”라며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당시 모든 것을 바쳐 활동했던 분들도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힘들 때는 억울할 때였어요”라며 필터링 업체와 DSO 간 유착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를 언급했다. 하 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는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는 2017년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삭제하고 차단하기 위해 웹하드 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일각에서 업무협약이 웹하드 카르텔에 공조하는 행위라는 주장이 나오며 유착 의혹으로 번진 것이다. 디지털성폭력클린센터는 업무협약 당시 디지털 성폭력 영상 삭제와 차단을 위해 피해자로부터 금전을 받지 않는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는 “많은 활동가가 활동을 그만두면서 당장 피해자를 지원할 인력이 없다 보니 피해자와의 갈등이 생겼죠”라고 말했다.

하 대표의 원동력은 피해자가 건넨 말 한마디다. 하 대표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피해자가 저희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을 때요”라며 “저희 활동이 피해자에게 가치 있게 와 닿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였어요”라며 “피해자 지원을 받으며 무력하게 도움만 받는 존재라고 느껴 스트레스를 받았죠”라고 말을 이었다. 하 대표는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며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무력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 대표는 “피해자가 들려준 경험이 다른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가 말한 경찰의 2차 가해나 신고 접수 거절 등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그에 대해 대비를 할 수 있죠”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의 최종 목표는 디지털 성폭력의 해결 방안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 대표는 “DSO의 목적은 DSO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오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여성의 몸이 상품화되지 않았다면 누군가 디지털 성폭력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주의는 여성이기 때문에 빼앗긴 권리를 되찾고 다시는 빼앗기지 않기 위한 싸움이에요”라고 설명했다.


DSO는 2017년 다른 단체와 함께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와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을 주최했다. 하 대표는 향후 DSO의 행보를 묻는 말에 “인터넷 관련 법 위원회 등에 찾아가 여성계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 관련 법 위원회에서 여성주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성폭력 관련 법안 개정과 입법이 느린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하 대표는 여성계 활동가를 꿈꾸는 숙명인을 응원하며 진심 어린 조언의 말을 건넸다. 하 대표는 자기 자신을 챙길 것을 강조했다. 활동가가 무리하다가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하 대표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대하고, 그 안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DSO(Digital Sexual Crime Out) 사무실 앞에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 DSO가 다른 단체와 주최한 '디지털 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책 마련 토론회'와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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