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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 코르셋은 필요치 않다
임세은 기자  |  smplse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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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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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12일(월)에 발간된 본지 제1344호에는 ‘프레임에 갇힌 여성들, “알을 깨고 나와라!”’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해당 기사는 교과서의 삽화, 학교의 교훈, 대중매체 등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여성성을 강요하는 실태를 다룸으로써 여성성을 탈피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탈코르셋이란 이러한 여성성의 탈피를 일컫는 말이다. 해당 기사를 실은 본지 제1344호가 발간된 지 약 1년이 지났다. 1년 사이 탈코르셋은 사회관계망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탈코르셋에 대한 여러 오해와 편견에도 불구하고 탈코르셋은 여전히 퍼지고 있다. 탈코르셋이 가져온 변화를 되짚어보며 앞으로 여성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보자.

여성성에 담긴 여성혐오
코르셋이란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여성성이다. 코르셋의 예시로는 긴 머리, 하이힐, 순종적인 태도, 모성 등이 있다. 여성성은 여성의 종속적인 위치를 고착화한다. 분홍색은 흔히 여성적인 색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조지아와 네바다주의 몇몇 교도소에서는 수감자에게 분홍색 죄수복을 입힌다. 그 결과, 미국 재범률은 70% 가까이 하락했다. 2013년 호주 퀸즐랜드 주에서는 조직 폭력에 가담한 수감자에게 분홍색 죄수복을 입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근본주의적 페미니스트(Feminist)인 쉴라 제프리스는 이 법안에 대해 “분홍색은 굴욕과 결부되는 색이다”며 “그럼에도 성인 여자와 여자아이는 분홍색 옷이 담고 있는 무력함이라는 정치적 함의에는 무지한 채 분홍색 옷을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분홍색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성 역시 마찬가지다. 모성이란 여성이 어머니로서 갖는 성질로, 통상적으로 임신·출산·양육을 포함한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모성의 정의와 달리 모자보건법 제2조 2항에서는 모성을 임산부와 가임기 여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4조 1항에서는 ‘모성은 임산·분만·수유 및 생식과 관련하여 자신의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그 건강관리에 노력하는 것을 일컬어 말한다’며 여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여성을 어머니의 역할에 국한함으로써 여성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본인의 저서 「제2의 성」을 통해 여성의 타자화를 비판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자를 노예로 만드는 가장 세련된 방법은 모성이다”며 여성성의 노예성을 지적한 바가 있다.

탈코르셋이란 이러한 여성성을 따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탈코르셋은 여성성을 탈피함으로써 여성성의 다양화를 통한 여성성의 무력화를 목표로 하고, 궁극적으로 여성의 해방을 이루기 위함이다. 탈코르셋을 독려하는 말 뒤에 따라 나오는 편리함은 부수적인 요소일 뿐이다. 탈코르셋을 실천하고 있는 최나연(행정 18) 학우는 “탈코르셋을 처음 알았을 때는 편안함이 탈코르셋의 주목적이라고 생각해 의문을 품기도 했다”면서도 “페미니즘(Feminism) 공부를 하며 탈코르셋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편리함을 탈코르셋의 주목적으로 오해하는 것 외에도 탈코르셋에 대해 의문을 가지거나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탈코르셋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로는 ‘탈코르셋이 꾸밀 자유를 억압한다’ ‘화장은 취향이니 코르셋이 아니다’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들은 남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등이 있다. 최 학우는 “탈코르셋을 실천하고 있는 여성에게 남성이 되고 싶은 게 아니냐고 말하는 것은 젠더(Gender)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웹툰(Webtoon) ‘탈코일기’의 작가1(필명)은 꾸밀 자유에 대해 “꾸미지 않을 자유가 없는 현실을 돌아보라”며 “당장 빠져나가는 것은 여성들의 시간과 돈, 그리고 건강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과 남성이 같이 예쁜 것을 좋아하더라도 왜 여성은 예쁜 것 자체가 되고 남성은 여성을 감상하는 위치에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색상을 덜어낸 여성, 탈코르셋 흑백사진전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여성들은 탈코르셋에 대한 오해와 반발에 시달린다. 탈코르셋을 고민하는 여성들 역시 탈코르셋을 바라보는 시선에 코르셋을 벗길 머뭇거린다. 탈코르셋을 실천하는 이들과 탈코르셋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지난달 15일(금)부터 19일(화)까지 3차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인 ‘탈: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이 열렸다.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을 기획한 전보라 사진작가는 “사진관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여성과 남성의 꾸밈의 정도가 다르다”며 “여성을 찍을 때는 마치 만들어진 사진을 찍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작가는 “찍히는 사람 특유의 분위기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전시회를 흑백사진으로 구성한 이유에 대해 전 작가는 “퍼스널 컬러(Personal Color)나 화장, 머리 색 등에 맞춰 사람을 바라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답했다.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은 3차 전시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에 대해 전 작가는 “이제는 굳이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을 열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탈코르셋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본지 기자단은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을 관람한 뒤 지난달 16일(토)에 열린 오프닝파티(Opening Party)에 참석했다. 오프닝파티는 ▶탈코일기 작가와의 대화 ▶고민 상담 및 야망 공유 순으로 진행됐다. 탈코일기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약 4개월 동안 연재된 웹툰으로, 탈코르셋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는 ‘생물학적 남성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전 작가는 “사진전 개최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을 때 남초 커뮤니티에서 ‘테러를 하겠다’라거나 ‘불법 촬영을 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며 “전시 관람객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해 생물학적 남성의 출입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 참여 공간이 가장 먼저 보인다. 관람객 참여 공간에는 방명록과 메모지, 1차부터 3차 전시회의 팸플릿이 놓여 있었다. 관람객들은 메모지에 자신의 고민이나 야망을 작성해 오프닝파티를 위해 준비된 선간판에 붙였다. 관람객 참여 공간 맞은편에는 1, 2, 3차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전시장 내부에는 1, 2, 3차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의 현수막과 더불어 또 다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에는 ‘코르셋을 탈脫함으로써 권력을 탈奪하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벗을 탈(脫)과 빼앗을 탈(奪)의 음이 같은 것을 이용해 외모 권력의 허약성을 꼬집고 권력을 탈환할 여성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다.

현수막을 지나 마주한 사진 속의 여성들은 다양한 표정과 자세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전시회의 마지막 사진은 전신 탈의를 한 여성의 전신사진이었다. 전 작가는 “이전에는 화장품 하나만 내려놔도 사진전의 주제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촬영을 진행했지만, 이번 전시회는 여성이 코르셋을 벗어나가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 사진전이다”고 말했다.

사진 밑에는 사진 속 여성이 직접 적은 문구가 걸려있었다. 관람객 임유진(여·21) 씨는 “‘탈코르셋 이전에는 나를 싫어했고, 탈코르셋 후에는 나를 긍정했고 지금은 인정해야 한다’는 문구가 인상 깊었다”며 “처음 탈코르셋을 한 뒤에는 멋있는 머리와 옷에 신경을 썼지만, 지금은 자신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전시회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며 전시회에 대한 감상을 말했다.

탈권력으로 이어진 탈코르셋
탈코르셋은 외적인 여성성을 벗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여성들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화장품을 부순 사진을 해시태그(Hashtag) #탈코르셋과 함께 SNS에 올렸다. SNS에 탈코르셋 인증 사진을 올린 여성들은 자신이 탈코르셋을 하게 된 이유와 탈코르셋을 하기 전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게시하기도 했다. 대부분 자신이 탈코르셋 이전에 이른바 꾸밈 노동에 얼마나 시간과 돈을 소비했으며, 그로 인해 건강이 어느 정도로 망가졌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외적인 여성성으로부터의 탈피 이후에는 내적인 여성성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이어졌다. 내적인 여성성이란 여자는 어린 것이 능력이라는 생각, 순종적인 태도 등 사회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편견이다.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라는 말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월 중순에는 잘 팔리다가 크리스마스 다음 날부터는 팔리지 않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여성의 나이를 빗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성차별 발언에서 그치지 않고 여성의 경력이나 직종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시가 아나운서다. TV 뉴스에서 나이 든 남성 아나운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다. 2015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의 뉴스 프로그램에 50대 여성 앵커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의 총파업으로 50대인 유애리 아나운서가 ‘뉴스광장’의 진행을 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17년의 일이었다.

여성들은 새롭게 외국어, 컴퓨터 자격증 등을 공부하는 것을 SNS에 올렸다. 나이와 관계없이 도전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이 코르셋을 벗은 것을 인증하는 것이다. 임 씨는 “아직 탈코르셋을 하지 못한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두지 말고 더 큰 꿈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코르셋이 외모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듯, 탈코르셋 역시 외모 코르셋을 벗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작가는 “탈코르셋으로 인해 변화한 여성들이 자신의 야망을 품고 자신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사회도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의 여성은 전족으로 인해 발이 변형돼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 못했다. 사회적인 미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하지만, 여성을 제약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쉴라 제프리스는 “미의 기준은 여자가 가지는 육체적 자유를 그 한계와 너비까지 샅샅이 결정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외모 코르셋을 벗음으로써 신체의 해방을 맞았다면, 나이 코르셋을 벗은 여성들은 목소리를 되찾았다. 그러나 아직 탈코르셋의 궁극적인 목적인 여성 해방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여성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코르셋을 찾아내고 탈피함으로써 여성 해방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전시장 내부에 1, 2, 3차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우측부터 3, 2, 1차 사진전의 현수막이다. <사진=한가람 기자>

 

   
▲ 탈코르셋 흑백사진전의 관람객 참여 공간이다. 관람객 참여 공간에는 1, 2, 3차 사진전의 팸플릿과 방명록이 비치돼 있다. <사진=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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