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숙케치]

 

 
홀로 비행기 6시간을 타고 내린 곳은 발리의 덴파사르 국제공항. 발리에 가는 특별한 이유는 딱히 없다. 단지 작년 한 해 동안 고생한 나에게 근사한 선물을 주고 싶었다. 간단한 입국심사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며 시내를 둘러보는데 처음 가본 동남아시아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낯설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늦은 시간이 됐지만 여행 첫날을 흘려보내기 싫어서 시내에 있는 바(Bar)에 갔다. 그곳에서 낯선 언어를 들으며 칵테일과 함께 참치 타다끼를 먹으니 이제서야 발리에 온 게 실감이 났다.

겨울에 따뜻한 나라에 가서인지, 한국 여름이랑 온도는 비슷했지만 무척이나 더웠다. 2월은 우기라던데 여행을 하는 동안엔 비가 오지 않아서 기분 좋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꾸따 해변을 따라 수많은 골목과 상권이 활성화 돼있다. 혼잡하기는 불금의 홍대 정도다. 물리적 공간은 동남아시아였지만 서양인이 70%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공간은 되게 먼 타지인 것 같아서 느낌이 묘했다. 하늘, 그 중에서도 노을 보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나는 여행 계획 짤 때부터 노을을 보는 일정을 꼭 넣어야만 했다. 그래서 일몰이 보이는 레스토랑에 가서 사치스런, 저녁 같지 않은 저녁을 먹었다. 발리의 맥주, 빈땅(Bintang)과 함께! 노을이 지는 순간 발리의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졌다. 여행 내내 황홀한 기분은 언제나 들었지만 발리의 노을은 색깔이 정말 예술이었다. 발리의 해가 저물 때 즈음의 하늘 색깔은 파스텔 색조의 연보라색과 산호색이 뒤엉켜 있는 경우가 많다. 정리가 안 된 듯한 전선도 내가 동남아시아에 왔음을 느끼게 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현지인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들이 행복하게 나이 드는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60대에서 70대로 보이는 노인도 스노클링(Snorkeling)을 하고 파도에 몸을 두둥실 맡기며 아이와 같은 미소를 짓는데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예쁜 풍경,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 모두가 잘 어우러져 첫 동남아시아 여행이 기억 속에 아름답게 자리 잡았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발리에서의 여행이 마치 꿈만 같이 느껴졌다.

 

수학 16 장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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