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틈 없이 지나간 1학년 1학기. 대학교 1학년은 한가하다고 어느 누가 말했던가! 종강 후, 문득 어떤 갈망이 일었다. 아무 걱정 없이 훌쩍 떠나 딱 한 달만 다른 곳에서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나는 현실의 모든 걱정거리를 잊어버리기로 했다. 생애 처음 타 본, 아름다웠던 밤 비행기의 기억. 구름바다의 수평선을 항해하며 저 멀리 발갛게 뜬 달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스칸디나비아반도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거쳐 다시 핀란드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아름다운 백야의 나라 핀란드에서는 무민을 닮은 사람들이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고, 카우파토리(상점 광장)의 얼굴 까만 갈매기들은 호시탐탐 관광객들의 음식을 노렸다. 물빛 도시 스웨덴 스톡홀름은 활기가 넘쳤고, 감라스탄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노르웨이 플롬 협곡에서의 하룻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깊은 협곡 사이로 울려 퍼지는 기차 소리, 밤에 하나둘씩 켜지던 마을의 불빛이 별과도 같았고 빙하수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생각에 잠겼었다. 노르웨이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피요르드가 있는데, 나는 피요르드 페리를 타고 숲 향 가득한 공기를 실컷 들이마셨다. 덴마크에서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준 숙소 호스트와 친구들이 여행의 추억을 더욱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새벽 3시가 되어서야 겨우 어두워진 밤하늘에서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대여섯 개 빌었다. 노르웨이의 연어가 귀향하듯 나는 다시 핀란드로 돌아와 마지막 날에는 정해진 경로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트램(Tram)을 타고 돌아다녔다. 우연히 발견한 핀란드 최초의 젤라또 가게에서 사 먹은 레몬 맛 젤라또의 맛이 아직도 혀끝에 감돈다. 발걸음은 경쾌했고 마음도 가벼웠다. 그동안 나보다는 타인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나였다. 그러나 이번 7월 한 달 동안은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나 자신을 여행하는 것과도 같은 북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어 기뻤다. 여행을 끝마칠 때쯤, 나는 나에게 더욱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회화 18 배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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