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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변호사, 성 소수자의 편에 서다
임윤슬 기자  |  smplys96@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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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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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인권에도 사각지대가 있다. ‘트랜스젠더(Transgender)’인 박한희(33) 인권변호사는 그 사각지대에 희망의 불빛을 비추려한다. 지난 8월, 본지 기자는 공익인권변호사 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희망법)’ 사무실에서 ‘이런 성 소수자도 있어요’를 외치며 인권활동을 전개하는 박 변호사를 만나봤다.

#1 성 소수자의 권리를 변호하다

박 변호사는 희망법에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인권팀’에 속해 있다. 해당 부서는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 이들의 대표적인 활동은 지난 2013년과 2017년에 성기 변형 수술 없이도 성별의 정정을 가능하게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그는 “성기를 변형하는 수술은 건강이 악화될 위험도 크고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돼요”라며 “헌법이 지향하는 신체의 자유 및 성적 자기 결정권에 어긋나는 요건이라고 생각해요”라고 현재 성별 정정 요건의 부당함을 언급했다. 

또한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성별 정정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성별 정정을 위한 절차가 복잡해 성 전환자가 성별 정정을 청구하는 것이 어려워요”라며 “정정 결정을 내리는 판사가 당사자의 성 전환을 충동적인 행위로 치부하는 일도 빈번하게 있어요”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런 성별 정정 절차에 어려움을 느끼는 트랜스젠더를 돕기 위해 해당 절차를 전담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소속 팀과 함께 성 소수자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6월 여성 성 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대회인 ‘퀴어여성게임즈(Queer Women Games)’의 주최를 위해 힘썼다. 당시 주최 측은 대회 개최를 위해 동대문구민체육센터를 대여했다. 하지만 동대문구청에서 대여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박 변호사는 “성 소수자 행사라는 이유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들어와 동대문구청에서 공간 대여를 취소하겠다는 통보가 왔어요”라며 “성적지향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공기관이 성 소수자를 차별한거죠”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의 성 소수자 차별발언 또한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김 전 후보는 서울 시장 선거 전 토론에서 ‘동성애는 담배 피우는 것보다 더 유해하다’ ‘한 번 맛 들이면 끊을 수가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법적 처벌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위 경우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만이 최선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만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는 조항을 바탕으로 차별 금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그 권고가 구속력을 갖고 있진 않아요”라며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성 소수자 차별을 하는 사람에 대한 명확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죠”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법이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작용되길 바란다. 이에 박 변호사와 소속 팀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다. 차별금지법이란 차별의 행위를 제재하는 법안이다. 박 변호사와 소속 팀은 해당 법안의 초안을 만드는 입법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변호사는 “해당 법안은 비단 성소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라며 “차별받는 모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안이기도 하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요”라며 “무조건적인 차별을 예방하고 금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라고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부 국가에선 이미 차별금지법을 시행 중이다. 박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은 대부분의 국제사회에서 필수로 통하는 법이에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고 있음에도 차별금지법의 부재가 지속되고 있다. 그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해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2 외면하던 편견을 마주하다

박 변호사가 처음부터 공익인권변호사를 바랐던 것은 아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기 전, 박 변호사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지 않은 회사원이었다. 그는 “본인의 성 정체성을 숨기고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의 모습으로 사는 데 한계가 느껴졌어요”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아무래도 회사원이 트랜스젠더임이 밝혀졌을 때 불이익을 당하기가 쉽다고 생각했죠”라며 “사회가 요구하는 성역할에 덜 구애받으며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전문직을 고려하다가 변호사를 떠올렸어요”라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에게 변호사는 사회적 안정을 위한 선택지였던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던 중, 그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더 이상 숨기기 힘들었다. 박 변호사는 트랜스젠더임을 밝혔을 때 받게 될 시선이 두려워 이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서른이 되니까 생각이 변하더라고요”라며 “지금까지 30년 간 정체성을 숨겼는데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성 정체성을 밝히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성 정체성을 밝혀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성 정체성을 밝히기로 결심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죠”라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성 정체성을 밝히는 것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한 대상을 알아보던 중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인 희망법을 알게 됐다. 희망법에서 얻은 조언을 토대로 성 정체성을 밝힌 그는 희망법으로부터 인권 보호 활동을 권유받았다. 박 변호사는 “그 때 권유받은 활동이 지금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이어졌어요”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앞으로도 공익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저는 희망법의 체계가 편하게 느껴져요”라며 “앞으로 더 다뤄보고 싶은 인권 관련 사안도 많죠”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서 활동하며 꼭 해내고 싶은 것은 ‘성별 정정 조건의 완화’다. 그는 “일부 국가는 성별 정정 조건을 많이 완화했어요”라며 “정정 신청만 하면 일반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듯 쉽게 처리해주곤 해요”라고 말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성 지향성에 대한 차별이 미미한 사회기에 가능한 일이겠죠”라며 “그런 사회를 만들어가면서 한국의 성별 정정 조건도 많이 완화시키고 싶어요”라고 본인의 희망을 얘기했다. 

#3 기울어진 사회에서 평등을 역설하다

박 변호사는 성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을 이유로 오래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박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아직 노년의 성 소수자를 낯설어해요”라며 “그런 사회적 시선을 바꾸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 소수자인 당사자도 자신의 나이 든 모습을 상상하지 못해요”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성 소수자를 일반인이 아닌 특이한 존재로 보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박 변호사는 “다양한 성 소수자가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바라는 점을 말했다. 

박 변호사는 변호사 활동 이외의 교육 활동에 대한 의지도 다졌다. 그는 “제 강연을 통해 성 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바꾼 학생이 있었어요”라며 말을 꺼냈다. 박 변호사는 “종교의 교리에서 성 소수자의 성적 지향은 잘못된 것이라 배웠는데 제 강의를 들으면서 혼란스럽다고 했어요”라며 “성 소수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지만 이제껏 굳혀진 고정관념이 깨지질 않는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학생에게 오랜 시간 굳혀진 만큼 한 번에 생각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답했다. 그는 “그럼에도 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을 차별해도 된다는 생각은 바꾸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그 학생과의 대화 자체가 인상 깊은 경험이었다고 얘기했다. 박 변호사는 “짧은 강연을 통해 성 소수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학생에게 다른 관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좋은 기회였어요”라며 “앞으로도 강연 등의 교육활동은 꼭 참여하려 해요”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성 소수자들이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를 꿈꾼다. 그는 “이렇게 성 정체성을 공개하고도 변호사라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어요”라며 웃어보였다. 박 변호사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인으로 활동하는 성 소수자가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그는 “성 정체성을 이유로 성 소수자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라고 당부했다.

 

* 진정: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조사, 시정을 요구하는 것 및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사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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