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거대한 체스판: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유라시아』 (서울: 삼인, 2000)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유라시아대륙을 중심으로 한 21세기 세계전략을 다루고 있는 책으로서 한국이 나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주는 책이라 생각돼 추천합니다. "
-유진석(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추천

전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는 어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을 꼽을 것이다. 특히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의 ‘세계 일등’ 지위는 독보적이다. 그러나 역사는 영원한 강대국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로마제국, 가장 넓은 영토를 지녔던 원나라는 멸망했고 미국의 경쟁자였던 구소련도 결국 분리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한 체스판 :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유라시아』의 저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K. Brzezinski)는 책을 통해 미국이 지금의 권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총 7장으로 구성돼있는 이 책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미국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임을 설명한다. 즉,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체스판으로, 그 안에 속한 각국을 체스말로 보고 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게임을 진행하듯 전략을 구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브레진스키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세세하게 제시한다. 그 가능성이란 유럽의 정치적 통합이 반미적 성격으로 촉진될 가능성, 중국과 소련 그리고 이슬람 진영이 연대하여 미국을 견제해 올 가능성, 반미적 아시아주의에 기울 가능성 등이다. 특히 미국이 맞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중국, 러시아, 이란이 합세한 ‘반패권’ 세력의 등장이라고 본다. 이처럼 다양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저자의 통찰력은 미국을 이끌 미래 세대에게 위협적인 충고로 다가온다. 특히 한ㆍ중ㆍ일의 상호연관성에 중점을 두고 한반도가 통일 될 경우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일본에 대한 적대감 등을 풀어내는 대목도 눈에 띈다.


책에서는 체스를 두는 자가 오로지 미국이며 미국의 지배를 당연한 것으로 간주한다. 또, 한국을 단지 미국의 체스판 위에 놓인 유라시아 대륙 변방의 나라로 여기는 등 철저히 미국의 시각에서 쓰인 이 책은 보는 이의 입장에서 불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세계의 정세를 꿰뚫어보며 체스의 게임자가 돼 이야기를 풀어가는 브레진스키의 혜안은 놀랍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 미국이 어떻게 체스 말을 옮겨갈지를 예상해보고, 체스판 위에 놓인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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