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반려는 식물입니다’ 식물을 두고 본인의 반려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 ‘반려식물’이라는 해시태그(Hashtag)와 함께 본인의 식물 사진을 타인들과 공유한다. 그 사진 속엔 전구병에 담긴 선인장도, 어항에 담긴 녹조류도 있다. 그들은 침대 맡에 반려식물을 두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반려를 이해하기 위해 가드닝(Gardening) 수업을 듣기도 하고, 반려식물의 건강을 염려해 병원을 찾기도 한다. 이전에도 식물은 길러졌지만 집안에 덩그러니 놓인 느낌이 컸다. 한편 현재 대두되는 반려식물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로 여겨진다.
 

화분 속 색다른 동반자

자신만의 반려식물을 가꾸고 반려식물의 성장기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엔 1,4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직접 꾸민 반려식물의 사진을 올리고 건강히 키우는 법 등 반려식물에 대한 정보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었다. 사진 속 반려식물들은 키우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각양각색이었다. 식물병원 허밍그린 이강미 원장은 “반려식물이라고 특정 지을 수 있는 종은 없다”면서도 “종과 관계없이 주인과 식물 사이의 유대감이 서로를 삶의 동반자로 묶어준다”고 말했다. 유대감 및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반려식물의 요건인 것이다.

사람들이 식물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이유는 현대인에게 식물이 주는 다양한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식물을 기르는 것은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동물에 비해 키우기 쉬우면서도 노력한 만큼 식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눈으로 확연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성취감을 느낀다.

식물을 가꾸는 일 자체가 심리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도 반려식물의 유행에 한 몫을 한다. 한국환경과학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심미적·예술적 경험인 원예활동은 사람들의 우울감을 줄이고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성격으로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식물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의사 소통력이 증대시킬 수 있다. 이처럼 반려식물을 기름으로 인해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반려식물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식물이 사람들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로는 관리하기 편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알레르기 등의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동물을 반려로 삼을 수 없는 사람들이 식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싱그러운 기운, 공간에 스며들다

관리의 편리함보다 더 매력적인 반려식물의 이점은 실내 인테리어를 꾸미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가드닝 수업 ‘보테니크(Botenique)’ 이보람 대표는 “집 안의 가구와 어우러지게 식물을 배치하면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마감재, 화분 등 여러 부속품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어 손쉽게 개인의 취향을 반영해 반려식물을 꾸며 실내를 장식할 수 있다”고 반려식물의 장점을 언급했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에게 옷을 입히고 미용샵을 데려가는 것처럼 반려식물 또한 애정을 다해 정성껏 가꾼다. 자신만의 반려식물을 가꾸기 위해 식물의 크기에 맞춰 주문 제작된 화분을 활용하거나 식물의 건강과는 상관없이 미관상 좋다는 이유로 캐릭터 모형을 식물 옆에 심거나 배치하기도 한다. 장채린(홍보광고 18) 학우는 자신이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모형을 이용해 마리모를 담을 수조를 꾸몄다. 장 학우는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로 마리모를 꾸미니 애정이 담긴 나만의 반려식물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근래엔 예술성이 두드러진 독특한 화분들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사례로 토마토 통조림인 ‘캠벨(Campbells)’ 수프 깡통을 선인장 화분으로 이용하는 것이 있다. 이에 대해 반려식물 전문 브랜드 ‘프롬제주’의 손준혁 대표는 “식물이 하나의 인테리어로서 자리 잡고 있다”며 “독특한 화분, 자갈 등을 찾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예술적인 디자인을 고안해 화분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반려식물을 디자인하기 위해 사람들은 식물 각각의 독특한 개성을 살피면서도 반려식물을 배치할 실내의 공간 및 분위기도 신경을 쓴다. 평소 방 꾸미기를 즐기던 김선자(여·47)씨는 모던한 방안의 분위기에 맞춰 가지치기를 해 식물을 깔끔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반려식물을 실내에 조화롭게 배치하기 위해 실내의 가구의 색상을 고려한 것이다. 이렇듯 식물을 이용해 인테리어 효과를 내는 것을 플랜테리어(Planteria)라고 한다.

넝쿨성 관엽식물 몬스테라(Monstera)를 담을 화분을 고를 때 김해승(법 18) 학우는 방의 분위기를 고려했다. 방안의 분홍색 벽지에 맞춰 분홍색 화분으로 골라 실내를 디자인한 김학우는 “식물을 배치했을 때 방안의 분위기와 조화가 됐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벽지 색깔과 같은 색깔의 화분을 선택했다”며 식물의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실내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비교적 크기가 작은 화분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곳도 늘어났다. 반려식물 분양 전문 브랜드 ‘그린랩’ 박명환 대표는 “식물과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어느 곳에 비치해도 어우러질 수 있도록 화분 디자인을 설계했다”며 “소비자들이 쉽게 플랜테리어 소품으로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제작했다”고 말했다. 플랜테리어를 이용하면 식물 배치하나로 실내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덕분에 직접 식물을 꾸미고 배치하는 실내 인테리어 및 플랜테리어로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자랑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 김씨는 “모던한 가구와 정돈된 반려식물을 담아 SNS에 자랑했다”며 “개인적 취향도 보이고 반려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리 쉬운 반려식물? "우리도 관심이 필요해"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식물도 동물처럼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올 때가 있다. 과거엔 식물을 방치해두고 적신호를 눈치 채지 못하다가 결국 생명이 다하면 버려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최근 반려식물의 건강을 위해 병증에 관심을 기울이고 예방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식물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며 이상증세가 보이진 않는지 확인을 하고 식물의 상태를 기록한다.

키우는 이의 관심에도 식물들은 쉽게 죽곤 한다. 접목선인장을 키운 경험이 있는 주혜지(법 18) 학우는 “화장대에 선인장을 올려두고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묻곤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애정을 다해 키웠지만 주 학우의 선인장은 6개월 만에 죽어버렸다. 주 학우는 “화원에서 추천한 양인 소주잔 한 잔 만큼의 물을 한 달에 한 번씩 줬다”며 “나중에 보니 줄기 부분이 변색되고, 뿌리가 말라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식물을 치료하는 식물병원 허밍그린의 이강미 원장은 “정량화된 관리법을 추천하는 화원이 많은데, 이는 식물을 죽이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이다”며 “이상적인 방법은 화분에 나무젓가락을 꽂아보고 뺐을 때 흙이 묻어나오지 않는다면 물을 줄 때가 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인장과 같은 육상식물은 물의 양뿐만 아니라 해충이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집 밖의 흙을 가져와 식물을 심는다면 진딧물, 응애 등의 해충이 식물의 양분을 뺏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원장은 “식물이 해충에게 노출된 경우, 영양분이 빼앗겨 잎이 떨어지거나 잎의 색깔이 노래지는 등의 양상을 보인다”며 “가정에서 해충을 제거하려면 농약보다는 친환경 해충제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속적으로 식물을 관리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수중식물을 기르는 것이 좋다. 다소 신경 써서 관리할 점이 많은 육상식물에 비해 수중식물은 관리하기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수중식물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마리모를 키우기로 했던 장채린(홍보광고 18) 학우는 모형 모래성을 두고 자갈을 깔아 유리병 안을 꾸미고 가꿨다. 하지만 일주일 후 유리병 속의 물은 뿌옇게 변하고 마리모는 변색돼 있었다. 장 학우는 “정수된 물에 키웠는데 일주일 후에 색이 변하더니 회생이 불가능해져 결국 죽어버렸다”며 아쉬워했다. 이에 가드닝 수업 화중지담의 원상연 대표는 “생수는 알칼리 성분 등의 식물에게 필요한 성분들이 정제돼 있다”며 “수중식물의 경우 수돗물이나 빗물에 담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반려식물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곁을 지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사람이 손을 내밀면 거부하지 않고 그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사람의 작은 손길에도 금방 파릇해지지만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때 반려식물은 서서히 생명을 잃어간다. 같은 자리에서 듬직히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식물은 어쩌면 꾸준히 애정신호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를 알아차려줄 때 반려식물은 우리 곁에 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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