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강의]

다소 거창한 제목입니다. 경영학을 배우는 학생이라면 이 제목과 유사한 질문을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겁니다.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 이 식상하고 짧은 질문에 선뜻 답하기 머뭇거려집니다. 이 질문 대신 ‘가성비’라는 단어를 생각해 봅시다. 일상에서 흔히 쓰는 ‘가성비가 좋다’는 표현은 같은 값이면 성능이 더 좋은 것을, 성능이 같다면 값이 더 싼 것을 선호한다는 뜻을 내포합니다. 고객 입장에서 성능과 같이 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얻는 ‘혜택’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제반 ‘비용’ 간의 차이를 ‘고객 가치’라고 합니다. 충동구매와 같이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안이 여러 개 있다면 고객 가치가 가장 큰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제 고객 가치를 고객이 아닌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경쟁사 보다 더 많은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 대안이 제시될 수 있지만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같은 비용을 들여 경쟁사 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거나, 고객이 얻는 혜택은 동일하지만 경쟁사 보다 더 싸게 만드는 것입니다. 전자를 차별화전략, 후자를 저 원가 전략이라고 합니다. 혜택이나 비용 중 어느 하나가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다른 하나의 차이로 고객 가치를 설명한다는 의미에서 차별화전략과 저 원가 전략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이 두 가지 전략은 각각이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므로, 이를 동시에 추구할 수 없고 하나를 선택해야만 합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뛰어난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자동차를 만드는 완성차 업체를 염두에 두고 두 가지 전략을 생각해 봅시다. 완성차 업체에는 여러 기능 부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고객 가치를 제고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는 연구개발부서(연구소), 구매부서 그리고 생산부서(공장) 일 겁니다. 연구소는 신차를 설계하고 개발하며 시험하는데, 이 과정에서 개발비용을 줄이거나 사양 혹은 성능이 우수한 신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구매부서는 신차에 필요한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가장 우수한 품질 혹은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부품업체를 선정해 요구하는 사양의 부품을 납품받기 위해 서로 협력합니다. 공장은 신차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거나 불량률을 낮추거나 고객의 다양하고 복잡한 주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요컨대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많은 제조업체는 오랜 시간 연구개발과 생산 및 구매와 관련된 역량을 축적하고, 이 역량을 활용해 지속적인 혁신을 전개함으로써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완성차 업체에는 자동차를 잘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카가이(car guy)가 있는 반면, 자동차 자체 보다 단기적인 영업이익이나 주주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는 빈 카운터스(bean counters)가 있다고 합니다. 카가이는 앞에서 열거한 연구소, 구매부서, 공장 등에서 근무합니다. 40년 넘게 미국 자동차 산업에 종사했던 밥 루츠는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GM의 몰락 이유를 카가이가 아닌 빈 카운터스의 발언권이 더 커진 현상에서 찾았습니다. 고객 가치가 아닌 단기 수익성에 주목하는 것은 주객전도이며 지속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없는데 GM이 바로 그 길을 걸었습니다. GM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외 기업이 비슷한 길을 걷다가 몰락을 재촉했습니다. 빈 카운터스가 불필요하다거나 중요하지 않음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라, 카가이가 제대로 역할을 펼칠 수 있는 조직문화와 기업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함입니다.

한편 카가이가 아니더라도 고객 가치 제고에 훌륭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인사팀에 근무한다면 훌륭한 카가이를 채용하고 이들이 역량을 발휘하도록 조직구조와 인사제도를 잘 설계 및 운영해야 합니다. 마케팅 부서에 근무한다면 시장조사를 통해 더 많은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신상품을 연구소와 함께 기획하고, 영업부서에 근무한다면 고객 주문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공장과 협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컨대 고객 가치창출 및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이해한 상태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오중산 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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