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달 27일(금)에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까지 겪으며 70년 동안 일촉즉발의 적대적 관계로 지내온 남과 북이 완전히 새로운 길을 함께 간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특파된 외신 기자들은 전쟁 가능성 보도에 열을 올렸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계 언론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광폭한 공산권 지도자의 전형으로 비춰졌다. 그런데 단 하루 정상 간 만남으로 세상이 변했다.

남북은 통일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이것으로 군사적 충돌과 위기를 없애지 못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양측이 한 회담만 658회에 이른다. 그 성과는 남북합의서 167건과 공동보도문 79건이다. 일찍이 1972년에 ‘7.4 남북공동성명’이 있었으며, 2000년과 2007년에는 정상회담이 열려 각각 ‘6.15 남북공동선언’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도출했다. 비핵화 문제에도 1992년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선언,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이 있었다. 그러나 성명과 선언들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는 게 다수 여론이지만 대화의 이면에서 지속된 도발과 충돌의 역사를 근거로 회의를 넘어 반대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여덟 번을 속고도 과연 아홉 번째는 참말이라고 믿고 정상회담을 한 것일까”라며 비판한다. 그러나 서로 만나 이야기하지 않고도 평화를 이뤄낼 방법은 없다. 싸워서 만들어내는 것은 평화의 반대말을 전제로 하므로 이미 평화가 아니다. 다행히도 이전과 확연히 다른 긍정적 움직임이 많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남쪽으로 내려와 세계에 생중계되는 평화 약속 발언을 온종일 쏟아 냈다. "무력 사용은 제 손으로 제 눈 찌르기”라는 말도 했다. 남북정상회담 직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극비리에 북한에 가 김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회담 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으로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린다.

이 과정에서 낭만적 통일론을 경계하고, 처음 가는 길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화 자체를 반대하고, 어차피 안 된다고 조롱하며, 지금 당장 구체적 성과가 없다고 폄훼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당장의 통일은 언감생심이고 상호 적대 행위를 중지하고 교류를 강화해 평화를 안착시키는 일만해도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살아 있는 우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 후손들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개인적 편견과 당장의 정파적 이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70년간 이어온 불행의 물줄기를 바꾸는 것은 한마음으로 성원하고 나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첫걸음을 떼지 않으면 천릿길을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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