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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페미니즘
임여진 기자  |  smplyj94@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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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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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가족과 친구, 연인 사이에서도 페미니즘은 빠지지 않는 화젯거리다. 페미니즘은 그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젠더 감수성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화자와 청자와의 관계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청자에게 부담을 줘 부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거나 화자와 청자 간의 갈등이 깊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는 이처럼 다소 민감한 페미니즘이라는 이슈에 대해 주위 사람들과 꾸준히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세 명의 학우를 만나봤다.

우리에겐 대화가 필요하다
조은경(사회심리 18졸) 동문은 2015년 당시 논란의 중심이었던 ‘메갈리아’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페미니즘을 처음 접했다. 메갈리아의 회원들은 다소 급진적인 방식으로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혐오를 반박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메갈리아를 접한 이후 여성학 공부를 하기 시작한 조 동문은 여성 혐오적인 문화 때문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조 동문은 “여성학을 공부하며 주위 사람들과 페미니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가족들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 후 그는 부모님과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성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페미니즘의 개념과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은 쉽지 않았다. 조 동문은 “부모님의 세상에 페미니즘은 없었다”며 “지금도 그런 부모님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조 동문의 부모님은 간혹 조 동문에게 ‘왜 그런 일에 일일이 신경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냐’며 ‘여성 관련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진보적인 성향의 아버지는 페미니즘에 대해 거부감을 갖진 않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평생을 살아온 중년 남성으로서, 자신의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과 페미니즘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 건 비단 조 동문뿐 만이 아닐 것이다. 강시현 새울림교육센터 대표는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페미니즘이 누군가에겐 불편한 주제일 수 있다”며 “남성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이기에 남성의 입장에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주제가 대화의 소재가 되다 보니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때때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갈등이 지속되면서 화자와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 모두 지쳐 대화가 중단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강 대표는 “그런 상황에도 주위 사람들과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멈춰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의 성향을 고려해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며 페미니즘과 관련한 대화를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조언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때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강 대표는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는 귀 기울여 듣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젠더 감수성을 지닌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야 한다”며 “배우고 깨달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남성의 경우, 현재의 불평등한 젠더 구조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페미니즘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임해야 함을 강조했다.


사회의 부당함이 마음을 움직이다

박혜리(응용물리 16) 학우의 애인 역시 처음에는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불편해했다. 박 학우는 “애인에게 성차별적인 남성들을 비판하는 글을 보여준 것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그 글을 보고 박 학우의 애인은 “남성이라는 이유로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비난받는 느낌이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런 애인의 반응을 접한 박 학우는 본격적으로 애인과 함께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박 학우의 애인은 처음에는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박 학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자신의 입장을 바꿔나갔다. 그가 의견을 바꾸게 된 데는 넥슨에 근무 중이던 여성이 페미니즘 관련 문구가 써진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넥슨 해고 사건’의 영향이 컸다. 이 사건이 있기 이전에, 박 학우의 애인은 페미니즘의 개념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그 본질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박 학우는 “애인은 여성인권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며 개인이 바뀌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넥슨 해고 사건 후, 그는 한국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부당함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불평등한 젠더 구조로 인해 비롯된 사회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박 학우의 애인은 페미니즘을 수용했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서 박 학우와 많은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 그는 여성학에 대해 공부하며  자신이 바꿀 수 있는 사회의 부당한 측면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는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몬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과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을 읽기도 했다.

강 대표는 박 학우의 애인과 같이 자발적으로 페미니즘 도서를 읽는 것이 페미니즘에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책이라는 매체는 페미니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다”며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페미니즘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애인뿐 만 아니라, 박 학우 자신도 여성의 인권 증진을 위한 사회적인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다. 박 학우는 본교 중앙여성학 동아리 ‘SFA’에서 주관하는 세미나에 참여하고 낙태죄 폐지, 미투(#MeToo) 운동 관련 시위에도 참여했다. 또한 여성 혐오적 광고를 하거나 차별적인 행동을 보인 기업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불매를 지속하는 한편, 여성 친화적인 정책을 가진 기업은 자주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불편했던 페미니즘을 당당히 외치기까지
이소영(독일언어·문화 16) 학우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애인에게 페미니즘을 소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 학우와 애인은 작년 겨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활발히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 학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페미니즘에 대해 무지했던 이 학우의 애인은 처음엔 자신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비난당하는 것 같아 페미니즘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페미니즘을 수용하게 된 것은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였다. 사회 각 분야에서 자신이 겪은 성폭력과 성차별의 부당함을 알리는 여성들이 늘어나자, 그는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다. 이 학우는 “애인이 그전까지는 내가 겪은 차별에 대해 소극적으로 공감하는 정도였다면, 미투 운동 후에는 여성인권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미투 운동을 통해 그는 언제, 어디서나 성폭력이 일어날 수 있으며 여성의 지위가 남성에 비해 훨씬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학우가 공유한 페미니즘을 다룬 영상들과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그리고 미투 운동을 보고 느낀 여성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토대로 그는 사회 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 자신이 페미니스트임을 밝히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 학우는 “애인의 친구 중 대부분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남성이라 페미니즘 관련 글을 올렸을 때 애인의 대인 관계가 나빠질까봐 걱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작성한 페미니즘과 관련된 글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다. 하지만 이 학우의 걱정에 애인은 ‘페미니즘을 이유로 나를 멀리할 친구라면 아예 없는 것이 낫다’며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굳건한 신념을 드러냈다. 지금도 그는 꾸준히 자신의 계정에 여성 인권과 관련한 글을 올리고 있다.

이 학우의 애인이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페미니즘은 인권 평등을 지향하는 움직임이고, 자신이 그런 신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학우의 애인은 ‘페미니즘을 좀 더 일찍 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곤 했다. 이런 그의 생각은 얼마 전, 이 학우에게 쓴 그의 편지에 그대로 나타났다. 편지 속에서 그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고 인권의식을 넓혀줘서 고맙다’며 자신에게 페미니즘을 소개해준 이 학우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이 학우는 “애인이 남성으로서 기득권층으로 살아왔고, 나에 비해 페미니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며 “자신이 기득권을 가진 남자인 것에 미안하다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상대방이 처음부터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주기만을 바랄 순 없다. 한국 사회는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사회에서 자란 사회 구성원들이 처음 페미니즘을 접한 후 완전히 수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간혹 상대방이 페미니즘을 수용하기를 거부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둘 사이의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 이때 화자의 입장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성격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정도를 고려해 적절한 방식으로 조금씩 이야기를 이어나간다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억압받지 않는 사회가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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