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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숙인, 안전지대 밖에 놓인 ‘여성’
이수연 기자  |  smplsy94@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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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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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대전에 있는 한 주택가에서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다. 공터에 수상한 가방이 있다는 신고였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가방 안에는 시신이 담겨있었다. 시신은 한 남성에 의해 살해를 당한 여성 노숙인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여성 노숙인의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흔히 노숙인은 안전의 최후방에 있다고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더 큰 위험에 쳐해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 노숙인은 낭떠러지에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여성 노숙인의 삶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여성 노숙인의 현주소
노숙인은 흔히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노숙인 쉼터나 쪽방 같이 주거지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하기도 한다.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거리 노숙인 중 여성의 비율은 5.9%(106명)다. 쪽방에는 더 높은 비율인 19.2%(1,188명)의 여성 노숙인이 거주한다. 가장 많은 여성 노숙인이 생활하고 있는 요양시설엔 여성 노숙인이 42.3%(1,455명)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노숙인 비율은 전체 노숙인 비율의 23.3%로 절반이 넘지 않는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서구사회의 전체 노숙인 대비 여성 노숙인의 비율이 50%를 넘는 것을 고려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에 속한다.

그러나 통계 수치만 보고 여성 노숙인의 수를 가늠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원석준 한국노숙인복지시설협회 차장은 “남성 노숙인에 비해 여성 노숙인의 경우 기도원, 찜질방 등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여성 노숙인의 수가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을 위험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노숙인의 인원수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여성 노숙인이 처한 위험성이 통념적으로 예상되는 위험보다 심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노숙을 하게 된 이유에서도 여성과 남성은 차이를 보인다. 원 차장은 “노숙을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빈곤’이다”면서도 “여성 노숙인의 경우 가정폭력·정신장애 등 비경제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기존의 노숙인 정책은 남성 노숙인 중심이기 때문에 여성 노숙인에게 특화된 정책이 부족하다. 여성 노숙인에게 단순히 머물 수 있는 시설뿐 아니라 상담 및 의료 서비스의 제공도 필요하다.


거리로 내몰린 여성 노숙인, 그들은 어떻게 보호되나
본지 기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여성 노숙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자 노숙인이 많은 서울역 근처를 찾아갔다. 서울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으니 서울역 파출소와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가 보였다.

서울역 인근의 모습은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달랐다. 낮에는 교회나 시설 등에서 노숙인 지원 활동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급식이나 물품을 지원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자 경찰관의 안내에 따라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센터로 옮겨갔고, 몇몇 노숙인들만이 신문지를 이불 삼아 거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서울역 파출소로 찾아간 본지 기자는 서울역 주변을 순찰하는 경찰관에게 ‘여성 노숙인을 대할 때 힘든 점이 있냐’고 물었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역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여성 노숙인이 돌발적으로 옷을 벗어 당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경우 남성 경찰관은 접근하기 힘들어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직원이나 여성경찰이 상황을 정리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순찰 중 몸이 불편해 보이는 여성 노숙인을 발견했을 때 여성경찰이 없으면 상황을 확인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파출소 인근에 위치한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도 방문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는 응급 보호 시설을 갖춘 노숙인 시설이다. 센터에서 박상영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현장 팀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박 팀장은 “현재 센터에서 지내고 있는 여성 노숙인의 경우 전체 노숙인의 5.0%밖에 되지 않는다”며 “여성 노숙인만이 있는 시설은 아니기에 여성 노숙인에게 성범죄를 비롯한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센터 자체가 여성 전용이 아니기에 위험한 상황이 연출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팀장은 “과거 여성 노숙인만을 위한 정책이 없었던 시대와는 달리 지금은 여성 노숙인의 안전 문제가 많이 나아졌다”면서도 “그럼에도 아직까지 여성 노숙인은 성범죄의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말했다.

센터에서 인권 문제로 인해 여성 노숙인과 말을 나눌 순 없었지만, 서울역 2번 출구 앞거리에서 여성 노숙인 한 명과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다. 80대로 추정되는 고령의 여성 노숙인은 ‘노숙 생활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인상을 찌푸리며 “거리에서 생활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거리로 나온 이후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온갖 욕을 들었다”며 실제 자신이 들었던 욕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이어 그녀는 “여성 노숙인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도 있다”며 “정신질환을 가진 여성 노숙인의 경우 적절한 판단을 내리지 못해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여성 노숙인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알려줬다. 



여성 노숙인 정책, 그들의 홀로서기를 응원하다.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는 여성 노숙인만을 위한 전문 사회 복지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 11개의 여성노숙인시설을 운영 중이다. 서울시 여성노숙인시설은 가족시설과 모자시설을 포함한다. 이진산 서울시자활지원과 주무관은 “모자시설은 여성이 가정 폭력 때문에 가출한 경우와 노숙 중 아이가 생겨 양육이 어려운 경우를 고려해 만들어진 시설이다”며 “여성노숙인과 아이가 함께 지낼 수 있는 가족 시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아이가 없는 여성이 이용할 수 있는 여성 노숙인 전용시설이 6곳, 여성과 고령의 노숙인이 함께 이용하는 어르신 시설 1곳이 있다.

여성 노숙인을 돕기 위해 나선 곳은 정부기관과 지방자치제(이하 지자체) 뿐이 아니다. ‘5분의 1’이라는 캠페인을 진행 중인 김소영(여·25), 우재하(여·25), 최진홍(남·28) 씨는 많은 여성 노숙인이 분포돼 있는 영등포역 여자 화장실에 생리대 기부함을 설치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명 5분의 1은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다섯 개의 생리대 중 하나를 기부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름이다. 5분의 1은 생리대를 기부하도록 유도해 여성 노숙인이 자유롭게 생리대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최 씨는 “여성 노숙인이 여성으로서의 기본권과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 노숙인에게 생리대를 제공해 여성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부와 민간단체도 여성 노숙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성 노숙인 문제 해결에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원 차장은 “여성 노숙인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여성 노숙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사회복지 서비스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가정 폭력을 경험한 여성 노숙인의 경우 경제적 자립 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여성 노숙인의 경우 정신장애 혹은 사회적 부적응을 겪는 사람이 많으므로 신체질환과 더불어 정신질환을 다루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노숙인들에게 문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대적으로 각박한 환경에서 살아온 노숙인에게 인문학과 같은 강의를 제공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노숙인에게 문화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와 교류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며 “교육은 노숙인들 사이에서의 갈등을 풀고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노숙인에게 마음의 여유를 줘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여성 노숙인을 위한 프로그램 중 이러한 수요를 최대한 반영해 만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성 일문화 카페’다. 여성 일문화 카페는 서울시의 지원을 통해 여성 시설 안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여성 노숙인이 자유롭게 방문해 일을 하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여성 노숙인은 이곳에서 종이가방을 만들고 수당을 받아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정신질환을 앓거나 출퇴근 시간을 정해 노동하기 어려운 여성들을 고려해 부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안전하게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는 거리나 쪽방에서 지내는 노숙인들에게도 해당된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공유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여성’ 노숙인의 경우에는 관련 정책과 도움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복지 대상에 해당되는 인원의 많고 적음을 따지지 않을 정도로 성숙해져 여성 노숙인들이 안전하게 사회에 다시 설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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